“투표처럼 될까봐 우려스럽긴 하다.”
“투표가 아니다.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후보군을 두고)위원장님한테 맡기자는 것이다.”
“위원장님이 판단하면 된다.”
“(위원회 모두) 동의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을까.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현안 질의에서 쟁점이 됐던 ‘제10차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을 1일 전격 공개했다.
협회는 “(지난 6월21일) 10차 회의는 이번 감독 선임에 있어서 공식적으로 열린 마지막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로써 해당 회의에서 홍 감독과 외국인 후보자 한 명이 공동으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고, 최종 감독선임 후보자는 위원장이 결정해 협회에 추천하는 것으로 만장일치 위임됨을 결론으로 종료됐다”며 회의록을 첨부했다.
협회가 이 같이 회의록을 공개한 것은 이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회의록을 파악한 결과 문체위 현안 질의에서 정 회장과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발언한 부분과 일치한다.
다만 이 회의록으로 모든 의혹을 씻어낼 수 없다. 공식적이지 않은 11차 회의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이에 따라 2일 문화체육관광부의 협회 감사 중간 결과 보고 발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10차 회의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력강화위원들은 토론 끝에 최종후보 5인을 추렸고, 정 전 위원장에게 감독 최종 후보자 결정의 전권을 위임했다. 이 부분에서 쟁점은 최종 후보 5인을 추린 것과 정 전 위원장에게 최종 결정 권한을 일임하는 것을 위원들이 동의했느냐에 있다.
회의록에선 감독들의 이름이 익명처리됐으나, 실제 홍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감독이 7명의 추천을 받아 최다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스 포옛, 헤수스 카사스,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은 6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렇게 총 5명의 후보군으로 추려졌다.
정 전 위원장은 “1순위, 2순위, 3순위를 가지고 내가 위원님들한테 오케이를 받고, 위원님들한테 동의를 받겠다. 물론 나한테 일임을 해줬지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답으로 회의록엔 “위원회 모두 : 동의 (위원장님께 모든 결정 권한 위임)”라고 명시돼 있다.
박주호 전 위원이 ‘동의’했다고 말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그는 문체위 현안 질의에서 “동의를 하기는 했지만, 모두가 언론에 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5명의 감독을 똑같이 검토하고, 똑같이 위원장님이 선택을 하는 것을 동의했다”고 말했다.
회의 이후 정 전 위원장은 5명의 후보군 중 2명과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체위 현안 질의에서 “축구회관 3층에서 비대면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아놀드 감독은 화상 면접을 거절했다. 카사스 감독은 이라크 대표팀을 맡고 있기 때문에 조별예선 이후 합류할 수 있다고 말해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5명에서 3명의 후보군으로 좁혀졌다. 이 내용은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됐다.
정 전 위원장은 이 내용을 협회에 보고한 후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업무를 대신했다. 이 이사는 최종후보 중 바그너, 포옛 감독을 만난 후 홍 감독을 1순위로 정했다. 축구협회는 “이 이사가 감독선임의 후속 업무를 진행해 최종 후보자 3명을 대면 협상 면담을 진행했고, 최종 1순위였던 홍 감독으로 최종결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검증 단계 없이 선임됐다는 의혹엔 “홍 감독도 기타 후보자들과 동일하게 전력강화위 회의에서 경기영상을 준비해 분석(9차회의)을 진행했으며 위원회 기간 중 정 전 위원장이 직접 울산 경기 참관을 하는 등 사전에 재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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