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간판다운 행보다.
임성재는 26일 미국 콜로라도주 캐슬록의 캐슬 파인스 골프클럽(파72)에서 마무리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적어내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무난하게 상위권을 유지한 그는 ‘왕중왕전’으로 불리는 플레이오프의 최종 관문 투어 챔피언십 출전 티켓을 챙겼다.
◆6년의 금자탑
임성재는 2018∼2019시즌에 PGA 투어 데뷔를 알렸다. 톱10만 7차례를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2019년 ‘아놀드 파머상’으로 명칭이 변경된 투어 신인상이 그를 찾아왔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 수상이었다. 최경주를 이을 남자골프 차세대 간판의 등장이었다.
명성에 걸맞게 첫해부터 꾸준히 플레이오프를 밟은 그는 올해까지 무려 6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 출전 대기록을 쌓았다. 지난해 5연속 출전부터 대선배 최경주의 최다 출전(4회·2007∼2008, 2010∼2011년)을 넘어선 값진 기록이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플레이오프는 총 3차전으로 구성된다. 페덱스컵 랭킹 상위 70명이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으로 시작을 알린다. 2차전 BMW 챔피언십에는 상위 50명만 출전한다. 마지막 3차전 투어 챔피언십에는 상위 30명까지 출전 명단을 좁혀 페덱스컵 챔피언을 가린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만 나서는 그 무대에 꾸준히 출석 도장을 찍는 임성재다.
한편, BMW 챔피언십을 공동 13위(5언더파 283타)로 마친 안병훈도 투어 챔피언십으로 향한다. 2022년 임성재와 이경훈, 지난해 임성재와 김주형, 김시우에 이어 3년 연속 2명 이상의 한국 선수가 대회를 누빈다. 2차전 공동 5위로 분전한 김시우는 페덱스컵 랭킹을 32위로 끌어올렸으나, 컷 라인에 아깝게 미치지 못해 출전이 불발됐다.
◆최고의 무대에서
반전을 노린다. 임성재의 마지막 PGA 투어 우승은 2021년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이다. 2020년 혼다 클래식에서 일군 첫 승과 함께 통산 2승에서 긴 시간 멈춰 있다. 올해 최고 성적도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거둔 공동 3위로, 여전히 우승과는 연이 없었다. 투어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시나리오가 필요한 이유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조금씩 기지개를 켰다. 1차전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은 공동 40위에 그쳤지만, 이번 BMW 챔피언십은 1∼3라운드서 꾸준히 톱10을 지키며 상위권 경쟁을 펼친 점이 고무적이다. 이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3개로 1타 줄이는 데 그쳐 톱10 유지는 실패했지만, 본 무대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있다. 4번째 출전이었던 2022년 투어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64타, 공동 2위로 날아올랐다. 종전 개인 최고 성적인 2020년의 11위(10언더파 274타)는 가뿐히 넘었고, 최경주가 2007년 대회에서 거둔 한국인 최고 성적 5위까지 넘어섰다. 그때의 영광을 떠올리며 왕중왕전을 만끽할 일만 남았다.
◆겹경사
시즌 막판 호재가 이어진다. 임성재는 김주형, 안병훈과 함께 다음 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출전 자격까지 얻었다.
1994년 시작된 프레지던츠컵은 유럽을 뺀 세계 연합팀이 미국팀과 맞붙는 대회로 각 팀에서 12명이 출전한다. 세계랭킹으로 6명을 먼저 자동 선발한 뒤, 각 팀 단장이 나머지 6명을 선출한다.
BMW 챔피언십 종료 기준 세계랭킹으로 추려진 자동 선발 명단에 한국인 3명이 이름을 올린 것. 임성재(20위)가 선봉에 섰고, 김주형(22위), 안병훈(34위)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는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7위), 호주의 애덤 스콧(21위)과 제이슨 데이(29위)가 승선했다.
임성재는 2019년과 2022년에 이은 3번째 대회 출전이다. 김주형과 안병훈은 모두 두 번째다. 임성재는 “프레지던츠컵은 누구나 참가하고 싶은 대회다. 미국을 이기자는 하나의 목표로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여 팀을 구성하고 서로 경쟁하는 점이 재미있고, 매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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