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을 딛고, 힘찬 도약을 꿈꾼다.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은 지난 24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일본 시즈오카에서 펼쳐지는 해외 전지훈련에 임하는 중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에 가로막혀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털고자 모두가 구슬땀을 흘린다. 특히 올시즌 팀의 정식 주장으로 선임된 부용찬에게는 더욱 각오가 남다른 비시즌이다.
지난 시즌 부상을 당한 이민규를 대신해 임시로 주장 완장을 찼던 그는 오기노 마사지 감독과의 시너지 속에서 팀원들을 훌륭하게 이끌었다. 쉽게 꺾이지 않는 단단한 팀 멘탈리티를 구축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올해 다시 한번 주장으로 임명된 이유다.
부용찬은 “얼마 전 오기노 감독님이 휴가를 마치고 훈련을 시작하면서 ‘올해도 부탁한다’고 하셨다. 정식으로 임명을 받은 것”이라며 “사실 주장하기 전부터 팀 내 고참으로서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다. 어깨가 무겁다기보다 한발 더 뛰고 움직이는 배구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주장 타이틀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이럴 때 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선배’ 박철우를 떠올린다. 둘은 삼성화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사이다. 그는 “어릴 때 (박)철우 형한테 배운 게 많다. 나중에 저런 고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놨다. 둘은 삼성화재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그는 “고참이나 주장으로서 팀을 끌어가다 보면 힘든 부분이 많다. 그럴 때마다 철우 형에게 ‘어떻게 해야 되나’ 묻고 싶었는데, 지난해까지는 다른 팀 소속이라 조심스러웠다. 이제 은퇴했으니 많이 물어보고 신세 한탄도 좀 해보려 한다”고 웃었다.
오기노 감독이 만들어가는 OK의 컬러에도 더 색감을 입힐 때다. 그는 “지난 시즌 감독님이 처음부터 참여하셨던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제약이 있었다. 올해는 감독님도 자신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며 훈련하신다. 큰 틀에서 보면 안정성을 추구하는 배구”라며 팀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도 귀띔했다.
이어 “이번에 일본 프로배구 도레이 애로우즈, 츠쿠바 대학팀과 연습경기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감독님이 원하는 배구가 일본에서 하는 선진 배구 시스템을 대입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덧붙였다.
탄탄한 준비 속에 우승 한을 풀고자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것(우승)만 바라보고 배구를 해왔다. 진짜 눈앞에 우승이 있었보니 여기가 한계인가 싶었다”며 “하지만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쨌든 챔프전까지 올라갔다는 것에 대한 프라이드도 생겼다. 계속해서 챔피언을 꿈꿀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지 않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차 목표는 봄 배구다. 부용찬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삼고 하나하나 해나가고 싶다. 지난 시즌 그렇게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며 “선수들이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플레이한다면 올해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OK저축은행과의 재계약도 의미가 남다르다. 2018년부터 ‘OK맨’으로 활약해 7년 차를 맞은 그는 같은 곳에서 계속 우승 도전을 이어간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만으로 40세까지 선수로 뛰고 싶다. 그 이후엔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한다. 제 몸 상태나 팀 사정이 따라줘야 할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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