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표요? 열심히 보죠.”
괴물의 힘찬 피칭이었다. 류현진(한화)이 승리를 노래했다.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의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서 선발투수로 나섰다. 6⅔이닝 1실점(1자책)으로 시즌 13번째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작성했다. 볼넷 1개를 내준 반면, 삼진은 8개 잡아냈다. 류현진의 피칭에 응답하듯 타선도 홈런 4방을 터트리며 뜨거운 화력을 과시했다. 7-1 여유 있게 승리를 거두며 류현진은 시즌 7승(7패)째를 빚었다.
중요한 경기였다. 직접적으로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팀의 맞대결이다. SSG가 5위, 한화가 7위다. 잔여경기가 줄어들고 있다.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시기다. 앞선 2경기를 잡으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음에도 경계심을 풀지 않은 배경이다. 경기 전 김경문 한화 감독은 “오늘 경기가 중요하다. 위에 있는 팀을 상대로 3승을 하는 것과 2승1패는 완전히 다르다”면서 “(류)현진이가 상황을 인지하고 좋은 투구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하는 대로 공을 뿌렸다. 이날 류현진이 던진 공은 총 92개다. 다양한 구종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직구와 체인지업를 중심으로 투심, 커브, 커터, 슬라이더 등을 섞었다. 스트라이크존 안팎으로 예리하게 꽂혔다. 구속 또한 직구 기준 최고 149㎞까지 찍혔다. 13일 대전 LG전에 이어 이번 주 2회 등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류현진은 “7월 이후 등판한 경기 중 오늘이 가장 시원했던 것 같다. 중간에 옷을 한 번밖에 안 갈아입었다”고 껄껄 웃었다.
12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왔다. 시즌 초반엔 우여곡절도 많았다. 낯선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류현진 답지 않게 대량 실점하는 날도 있었으나,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평균자책점도 3점대로 다시 진입했다. 류현진은 “그땐 표정부터 안 좋았던 것 같다”면서 “어차피 모든 투수들이 같은 조건에서 던지는 것 아닌가. 심적으로 내려놓으면서 좀 편해진 것 같다. 승수보다는 평균자책점에 신경 쓰려 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중요한 것은 조금씩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 팀의 거리는 5.5경기였다. SSG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면서 2.5경기 차까지 좁아졌다. 선수단 입장에선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순위표를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류현진은 “열심히 보고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쫓아가는 입장이다. 내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좁혀진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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