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태를 이어 이번엔 여자 메달리스트의 등장이다.
한국 근대5종 대표팀의 성승민(21·한국체대)은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경기장에서 펼쳐진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결승에서 펜싱, 승마, 수영,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441점으로 3위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근대5종 역사상 2번째 메달이자,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로 빚어낸 소중한 메달이었다.
◆탄탄대로
성승민은 수영선수로 체육계에 발을 들였다. 대구체중에 진학해 교사의 권유로 근대5종 입문을 알렸다. 그리고 2021년 11월, 고등학생 신분으로 성인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되며 전도유망한 기대주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5월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서 첫 은메달을 따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도 단체전 동메달로 경험을 쌓았다.
성장은 계속됐다. 올해 6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2번째(2017년 정진화),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개인전 우승까지 빚어내며 여자부 세계랭킹 1위로 발돋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진정한 근대5종 ‘신성’의 등장이었다.
부푼 기대감 속에 도착한 파리,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디뎠다. 랭킹라운드, 준결승전 모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대망의 결승까지 닿아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1461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쓴 금메달의 미첼레 구야시(헝가리), 홈 팬들의 힘을 업은 엘로디 클루벨(프랑스·1452점) 못지않은 퍼포먼스로 메달을 품에 안았다. 승마에서는 300점 만점을 기록했고, 주 종목 수영에서는 2분11초47로 전체 2위(288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 종목에 걸친 꾸준한 활약으로 일군 동메달 영광이었다.
◆쏟아진 기록
한 선수가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까지 모두 소화하는 근대5종은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특히 한국은 유의미한 경쟁력을 갖춘 스타조차 없던 게 사실이었다. 5개 종목이 엮여 있어, 특정 종목에 집중하는 선수들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의 ‘불모지’였던 셈이다.
2020 도쿄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전웅태라는 걸출한 스타가 깜짝 동메달과 함께 아시아인으로는 2번째(차오중룽·중국·2012 런던 은메달), 한국에서는 최초의 올림픽 입상을 일궜다.
여자부에서는 2020 도쿄의 김세희가 기록한 11위가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바통을 받은 성승민이 만든 동메달은 그만큼 기적에 가까운 이정표였다. 2003년생으로 이제 21살에 불과하다. 향후 한국 근대5종을 떠받칠 에이스로 전 세계에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선배들의 아픔을 지웠다는 의미도 더해진다. 앞서 남자부에서 2연속 메달에 도전했던 전웅태가 최종 6위로 고배를 마셨다. 승마에서 말이 코스를 이탈하는 불운이 겹쳤으며 레이저 런에서는 주특기 사격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함께 출전한 서창완도 7위에 그쳤다. 짙은 아쉬움을 성승민의 질주가 모두 풀어줬다. 어느 때보다 밝은 미래가 한국 근대5종을 기다린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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