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
배드민턴 혼합 복식에서 은메달을 딴 김원호-정나은은 6일 프랑스 파리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배드민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에 혼합 복식에서 값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축하받아야 마땅할 업적을 이뤄냈는 기자회견 분위기는 사뭇 무거웠다. 전날(5일) 여자 단식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수확한 안세영의 폭탄 발언 때문이었다. 안세영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 능력을 지적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는 안세영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인 의사에 따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메달리스트들에게 축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참석을 당연히 부탁한다. 김원호, 정나은 선수는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안세영 선수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강제성이 없는 만큼 불참 의사를 전했을 때 억지로 참가시키긴 어렵다.
협회 관계자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파리 현지에는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을 비롯해 협회 전무 이사, 사무처창 등 임직원들이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열린 유도, 펜싱, 사격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협회 직원들이 함께했다. 하지만 이날은 그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세영의 폭탄 발언 이후 협회 관계자는 극히 일부 한국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상태다.
김원호-정나은에게 관심이 쏠려야 하지만 중대한 사안인 만큼 안세영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안세영이 지적했던 체계적인 선수 관리에 문제에 대해선 김원호는 “파트가 나눠져있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했다”면서 “기사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대표팀 분위기가 처져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바라봤다. 정나은은 “(안)세영이와 관련된 질문은 답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수 관리에 대해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원호는 “이 자리에 온 것은 혼자의 힘으로 온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올림픽 대비 훈련도 지원을 해주셨다”면서 “다만, 제가 알지 못한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나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써주신 것 같다. 훈련에만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축하 받아야할 자리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김원호는 “기사를 봤기 때문에 축하를 받아야할 자리에 걱정스러운 마음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폭탄발언을 한 당사자, 그리고 이 사태에 원인 제공을 한 협회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6년 만의 혼합복식 메달로 축하를 받아야 할 김원호와 정나은만 난감한 기자회견을 보냈다.
파리=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