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완벽한 하루는 어떤 날일까요? 큰 성과를 이뤄내고 인정받은 날일까요? 특별한 일은 없지만, 가족과 함께 웃으며 소박한 식사를 한 날일까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도 있던데 나이가 들수록 가장 평범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한 남자의 일상에서 시작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차에 탄 후, 카세트 테이프 음악을 들으며 출근하는 공공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 그가 얼마나 하루의 일상에 충실하고 성실한 사람인지, 그는 정말로 꼼꼼하게 화장실을 청소합니다. 아마도 그렇게 화장실이 화면 가득 오래 나오는 영화 또한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화장실이라는 곳이야말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루에 한 번 이상 가는 곳이고, 생활에 꼭 필요한 소중한 공간이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어쩌면 이런 공간의 의미마저 영화 ‘퍼펙트 데이즈’와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지요.
어쨌든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과거나 미래보다도, 바로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는 조카에게 얘기합니다. 그리고 영화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빔벤더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히라야마는 세상의 잣대에 맞게 성공한 남자로, 경제적인 부를 비롯한 모든 것을 갖고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밀려든 공허함에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다가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 늘 주변에 있었던 그 모습, 그 순간을 새로이 발견하고는 모든 것을 버리고 식물을 키우며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성실하게 반복되는 일상에도 사람들과의 만남이 파도가 되어 충격을 주고 그의 생활에 변화가 생기는데요. 이 또한 완벽한 그의 하루의 일부가 되더군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야쿠쇼 코지가 대사 없이 표정으로만 보여주는 희로애락과 충만한 그의 인생을 느끼며 울컥한 사람이 저뿐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루리드의 ‘퍼펙트데이’를 비롯해서 히라야마가 플레이하는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영화 전반에 깔리는 올드팝 또한 놓칠 수 없는데요. ‘필링굿’ 가사처럼 매일매일 새로운 여명과 하루를 만나며 나의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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