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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STAR③] 아쉬웠던 도쿄를 뒤로 하고… 안세영이 꿈꾸는 파리 대관식

입력 : 2024-07-16 16:12:49 수정 : 2024-07-16 16: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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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 금메달을 따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봉, 방수현, 김동문, 라경민 등 굵직한 이름들이 국제대회를 휩쓸며 한국 배드민턴 전성기를 구가했던 1990년대는 어느새 먼 추억이 돼버렸다. 스타 명맥이 끊기면서 타 종목에 스포트라이트를 내주는 힘든 시기가 이어졌다. 이번엔 다르다. 30여 년의 시간을 건너 파리로 출격하는 태극 전사들이 ‘셔틀콕 황금기’의 재현을 노린다. 그 선봉에, 여자 배드민턴 정점에 선 안세영이 나선다.

 

◆강렬한 등장

 

2017년 12월, 광주체중의 ‘중3’ 소녀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성인 선수들 상대 7전 전승으로 태극마크를 품은 것. 중학생이 협회 추천 없이 자력으로 선발전을 뚫은 건 최초였다. 자연스레 따라온 배드민턴 최연소 국가대표 타이틀, 안세영의 등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차근차근 성장했다. 2018년 아이리시 오픈에서 첫 성인 국제대회 우승을 빚었다. 2019년에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투어 5승과 함께 한국 최초 BWF 신인왕에 올랐다. 특급 유망주의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이었다.

 

◆모진 풍파

안세영이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슈퍼스타의 성장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고난과 역경. 안세영에게도 예외 없이 찾아왔다. 만 19세로 밟은 ‘꿈의 무대’, 2020 도쿄올림픽(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한 1년 지연 개최)이 그랬다.

 

초반은 무난했다. 당시 여자단식 세계랭킹 8위였던 그는 조별리그 2승과 함께 가뿐하게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태국의 부사난 음밤룽판을 마주친 16강도 손쉽게 통과했다.

 

높은 벽이 그를 막아 세웠다. 중국이 자랑하는 스타이자 도쿄 올림픽 1번 시드를 배정받은 ‘최강자’ 천위페이(당시 랭킹 2위)가 8강 상대로 낙점된 것. 상대전적도 4전 전패로 열세였다. 2세트 도중 찾아온 발목 부상까지 견디는 투혼을 펼쳤지만, 끝내 0-2로 완패했다. 짙은 아쉬움 속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안세영이다.

 

◆안세영의 해

안세영이 경기 도중 스트로크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좋은 밑거름이 됐다. 천부적인 재능에 차곡차곡 쌓은 경험치가 어우러지며 완성형 선수로 거듭났다. ‘고진감래’를 보여준 2023년이 백미였다. 출전한 14개 국제대회에서 결승 진출 13번, 우승 10번을 빚었다. 팀으로 나선 수디르만컵(준우승)과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여자 단체전(금메달)까지 더하면 결승 진출 15번, 우승 11번으로 수치가 불어난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우승이었다. 3월 열린 종목 최고 권위 대회 전영오픈에서 일군 우승이 시작이었다. 꾸준한 오름세 끝에 7월 일본오픈 우승을 기점으로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로 도약했다. 두 기록 모두 방수현 이후 27년 만이었다.

 

8월 코펜하겐 세계선수권에서는 한국 단식 선수 최초 우승 업적을 세웠다. 항저우 AG에서는 여자 단식·단체전을 제패해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AG 2관왕을 달성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에서의 ‘노메달’ 수모를 씻은 선봉장이었다. 흠잡을 데 없는 1년, 그 끝에 거머쥔 BWF 올해의 여자선수상까지 더해 ‘안세영의 해’에 방점을 찍었다.

 

◆그랜드슬램

안세영(가운데)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파리로 출국하기 전, 대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언해 온 그랜드슬램(올림픽·AG·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 우승) 달성만이 남았다. AG와 세계선수권 우승은 지난해에 만들었다. 아시아선수권은 매년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가올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 대업적을 위한 핵심 퍼즐이다.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부진도 씻어야 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이용대-이효정 조를 끝으로 시상식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했다. 2012 런던부터 2020 도쿄까지 3연속 동메달 1개에 그쳤다. 여자단식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방수현이 유일하다. 안세영의 금빛 스매시에 숱한 역사가 걸렸다.

 

안세영이 지난해 부상을 당한 오른쪽 무릎 보호를 위해 테이핑을 하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세영(왼쪽)이 지난달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준우승한 후, 우승자 천위페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넘어야 할 산은 있다. 항저우 AG 단식 결승에서 다친 무릎 문제다. 지난 1월 인도오픈에서의 허벅지 근육 부상까지 겹치면서 기복 있는 상반기를 보내야 했다. 활발한 움직임과 빈틈없는 수비로 상대를 질식시키는 게 안세영의 주 전술인 만큼, 부상 회복이 금메달 도전의 관건이다.

 

파리에 맞춰 시계를 돌렸기에 걱정은 없다. 지난달 싱가포르 오픈(우승)과 인도네시아 오픈에서 부상 후 처음으로 2주 연속 결승 무대를 밟았다. ‘숙적’ 천위페이를 마주해 한 번씩 트로피를 주고받으며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본 무대를 향해

안세영이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마련된 파리올림픽 대비 특별 경기장에서 스페셜 게임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세영은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지난 12일 파리로 출국했다. 대한체육회가 마련한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 사전캠프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펼친 후, 선수촌 입촌을 알린다.

 

대회는 현지시간 27일부터 시작된다. 1번 시드를 받은 안세영은 치쉐페이(프랑스·53위), 칼로야나 날반토바(불가리아·76위)와 A조에 편성돼 항해를 시작한다.

 

안세영은 “마주칠 모든 선수가 라이벌이다. 매 순간이 중요하다”며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완벽히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이번 올림픽에 모든 걸 바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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