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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볼 만한 정치 드라마 ‘돌풍’

입력 : 2024-07-10 07:10:00 수정 : 2024-07-09 21: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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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치 드라마를 좋아한다. 정치와 관련된 드라마가 나온다면 미국 드라마건 한국 드라마건 꼭 빼놓지 않고 찾아보는 편이다. 마치 우리의 상황을 쏙 빼다 닮은 상황들과 세상을 살아가는 묘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대사가 한가득해서 좋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의학 드라마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치 드라마인 ‘하얀거탑’을 아직도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로 삼고 있다.

 

 오랜만에 볼 만한 정치 드라마 한 편이 나왔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돌풍’이 그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는 그동안의 정치 드라마와는 묘하게 다르다. 일단 대체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부패한 권력을 뿌리 뽑으려는 국무총리 재벌과 결탁한 대통령을 심판하려 하지만 경제부총리가 그에 맞서 대립한다. 거센 돌풍이 이는 정치판과 예측 불허한 대결에서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이냐는 큰 주제의 이야기로 내용을 풀어나간다.

 

 그동안의 선과 악이 분명히 갈랐던 정치 드라마의 주제들과는 다르다. 악인지 선인지 구분되지 않는 설정들과 지금까지 나왔던 드라마와는 다르게 그동안 선으로 묘사됐던 진영의 모습조차도 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난 오히려 이런 시선이 좋다. 세상에 절대 선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냐는 의문이 들던 참이었는데 나의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준 드라마다. 

 

 절대적이라는 종교도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면 배척당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신도 부정한다. 하물며 자신들이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내가 하는 것만이 옳은 것이라는 시선, 내가 하는 것만이 정의라고 외치는 모습들을 정확하게 부수어 낸다. 어쩌면 지금 흘러가고 있는 실제 모습에도 묘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은 모습이다.

 

 사실이 드라마의 전개내용들이 사실들을 바탕으로 했는지 안 했는지는 궁금하지도 않다. 하지만 분명 여러 개의 시선의 이야기들이 존재할 텐데 매번 나오는 드라마는 선과 악이 분명하게 구분이 되어 어떤 한쪽 진영을 악으로만 몰고 갔을 뿐이다. 

 

 극 중 주인공인 박동호(설경구)의 대사만 봐도 그런 점을 찾을 수 있다.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기죠. 정치가 그래요”,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라 더 큰 거짓말이다” 이런 대사들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선과 악이 분명하게 있었던 그동안의 드라마 진행 흐름을 철저하게 부수어 낸다. 선이라고 불리는 주인공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대사의 강도다. 오히려 악역에서 나올 수 있게 만들어진 대사들 아닌가.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 아닙니까?” 라고 외쳤던 영화 ‘서울의 봄’처럼 명확하게 악역의 입에서 나와야 하는 대사 아닌가. 모호했다. 그래서 난 더 재미를 느꼈다. 

 

 문화는 다양해야 한다. 언제든 다른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언제든 다른 시선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드라마를 보고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이 있다면 불편하게 앉아있어서 그런 것이니 그냥 똑바로 앉아서 드라마를 보기를 바란다.

 

 거기에 더해 엄청나게 빠른 드라마의 전개와 거의 매회 국가 최고의 권력인 대통령의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모습들을 계속 보고 있자니 정신 줄을 놓고 있었다. 명대사들 역시 살아있다. 우리 삶에 대입해 보아도 충분히 의미 있을 말들이 넘쳐 난다. 이 드라마 추천한다. 오랜만에 볼 만한 한국의 정치 드라마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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