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등 공간서 한정 운영
특정 연령대·성별 구분 사라져
아이와 함께 오는 부모도 증가
해외 팬 성지순례 장소로 각광
“아빠, 포토카드 사주셔서 고마워요!”
바야흐로 팝업스토어의 시대다. 멋지고 재미있는 공간들은 특정 기간이 되면 갑자기 사라진다. 짧으면 3일, 길어야 1개월 ‘한정 운영’이다. 마치 MZ세대들이 선호하는 ‘숏폼’의 오프라인 버전 같은 느낌이다.
팝업 스토어 트렌드는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유통 분야를 넘어 콘텐츠, 엔터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영화, 드라마 등 작품을 현실로 이끌어온 팝업뿐 아니라 ‘아이돌 팝업’도 성장하고 있다. 운영 기간이 한시적이라는 점, 한정판 굿즈가 가득하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아이돌 팝업은 ‘팬덤을 위한 커다란 이벤트’ 그 자체가 됐다.
◆다양해진 팬덤… 초등학생+학부모 조합 부쩍 늘어
과거 ‘소녀팬’으로 통칭되던 아이돌 팬덤은 점점 연령대와 성별이 다양해지고 있다. 여자친구와 팝업을 찾아 포토존에서 ‘최애' 멤버와 사진을 찍어주는 남성들도 많다.
팝업 스토어에는 여고생, 대학생뿐 아니라 ‘초등학생 정도 어린이와 학부모 조합’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 아이들, 장난감보다 ‘아이돌 포토카드’를 원한다. 학부모는 ‘그런 것 그만 사고 공부나 해’하던 자신의 부모세대와 다르다. 이미 직간접적으로 아이돌 팬덤 경험이 있는 1세대다. ‘몰래 좋아하지 말고 당당히 좋아하라’며 아이들과 함께 팝업스토어를 찾고, 오픈런도 한다. 성심껏 굿즈를 골라주는 모습이 훈훈하다.
학부모들이 가장 곤란해하는 것은 아이돌 멤버의 랜덤 ‘포토카드’. 아이가 원하는 멤버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한 학부모는 “보통 선물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 했는데, 요즘에는 포토카드 때문에 쉽지 않다”며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에서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구해주려 해도 프리미엄이 너무 붙어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열린 제로베이스원 팝업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제가 봐도 굿즈를 귀엽게 잘 만들었더라”며 “다만 팝업이 너무 잦아서 힘들긴 하네요(웃음). 또 팝업할까봐 무서울 정도”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하기도.
◆해외 팬들에게는 ‘성지순례’
아이돌 팝업스토어는 해외 팬들에게도 반가운 이벤트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IP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인 아이돌 팝업은 해외 팬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거치는 성지가 된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최근 더현대 서울이 최단 기간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요소 중 하나로 외국인 MZ세대를 꼽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의 올해 1분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2%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만·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은 아이돌 ‘투어스(TWS)’의 팝업스토어를 많이 찾아 눈길을 끌었다.
◆‘지갑 열 준비 완료’… 매출 규모 남다른 아이돌 팝업
보통 유통 팝업의 성지는 아기자기한 서울 성수동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이돌 팝업은 좀 다르다. 백화점, 라인 스토어 등 넓은 공간으로 간다. 심지어 지난해 NCT 드림(DREAM)은 워커힐 호텔 1층에 전시 공간을 열고, 아예 스위트룸을 ‘NCT 드림 룸’으로 꾸미는 팝업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이 객실도 당연히 곧바로 ‘솔드 아웃’됐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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