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6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폐지됐던 KBS2 ‘개그콘서트’가 오는 12일 1234일 만에 부활한다.
개그콘서트는 방송사안에서도 아주 큰 의미를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1999년 9월에 시작해 무려 20년 9개월을 이끌어간 역대 방송사에서 가장 롱런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 세대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유머 일번지’는 1983년 4월 2일부터 1992년 10월 4일까지 약 9년여간 방송했고, ‘쇼 비디오 자키’는 1987년 5월 14일부터1991년 4월까지 4년여 간 방송 되었으니 간접적으로 비교해 봐도 가장 장수했던 프로그램이다.
인기 역시 강력했다. 특히 인기 연예인의 예능의 등용문이었고 여기에서 배출된 스타 역시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또 연말마다 각종 시상식의 상을 휩쓸었고 모든 사람들이 따라하는 유행어 역시 넘쳐났었던 것도 사실이다. 개콘의 프로그램 엔딩 음악은 다음날의 출근과 등교임을 알려주는 대명사였고 학교나 직장에서 거기에 나온 유행어를 익히지 못했다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 되었던 때가 있었을 정도다.
그랬던 국민 프로그램이 부활을 한다. 다시 부활한다니 과연 어떨지 예전에 출연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기대가 된다. 하지만 사실 걱정과 우려가 더 큰 것도 사실이다. 방송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지상파의 위상은 대단했다. 대단을 넘어 절대적이라고 표현해야겠다. 인기 프로그램은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었던 때다. 나오기만 하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시기였다. 뒤에서 지나가는 역할만 해도 광고를 찍을 수 있다는 속설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하면서 그 위치에서는 많이 내려온 것이 사실이다. 시청률은 이미 10분의 1토막이 났으니 바닥이고 화제성역시 OTT 서비스나 유튜브에 밀린 것도 한참 전 이야기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 과거의 영광의 타이틀로 다시 도전을 한다는 것이 일종의 모험일 것이다.
확실히 폐지가 결정됐을 무렵의 개그콘서는 이미 개그콘서트가 아니었다. 개그는 온데 간데 없었고 위험하고 민감한 이슈들은 욕을 안 먹고 피해를 안 입기위해 피해 다녔고 개그를 하기위해 나온 것인지 운동한 몸 자랑을 하기 위해 나온 것인지 구분도 안 갔고 그저 박수를 받기 위한 모습 일색이었다.
분명히 그 안에 인재는 많았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의 스케치 코미디와 콘텐츠의 제공자들 중에 ‘개콘 출신’들이 많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유튜브란 자유로운 판을 등에 없고 마음껏 날개를 펼치고 있다. 결국 제작진이 방향성을 어떻게 잡고 갈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다.
인터뷰에서 전 국민이 웃을 수 있는 모습을 강조했지만 사실 이렇게 흘러가다가는 다시 초등학생들만 보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SNL’을 보고 배워야한다. 요즘 세태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있어야 코미디다. 이 말 자체가 전 세대를 다 아우룰 수는 없다는 것이다. 코미디를 볼 때 불편한 사람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게 핵심이다. 불편한 사람의 목소리를 막아주는 역할이 제작진이다. 마음껏 웃길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줘야한다. 욕먹는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곧 또 다시 옛 명성에 먹칠만하고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웃음을 다룰 수 있는 소재가 많아져야 프로그램이 살 것이다. 말만 번지르한 전 세대를 만족시키는 건강한 웃음 따위는 이제는 없다고 봐야한다. 물론 전세대를 만족 시키는 건강한 웃음이란 그말의 본질은 알고 있다. 하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의 기본은 웃겨야 한다. 일단 기본에 충실이 당연한 것이다. 이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명제를 어떻게 이겨나갈지 기대와 우려가 반이다. 이래서 지상파에서의 코미디는 앞으로 어려울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찌됐건 시도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방송국내에 아직 코미디의 뜻이 있는 제작진이 남아있다는 사실도 다행이고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노력을 한다는 것도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하는 것 아니겠는가.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국민프로그램의 위상을 되찾아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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