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부터 미치고 싶네요.”
또 한 번의 왕좌를 노린다. 내야수 김상수(KT)다. 마지막 관문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무대에 섰다. 익숙한 듯 낯설다. 과거 다섯 차례나 밟은 곳이지만 최근에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삼성시절이었던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이적 첫 해에 맞이한 기회라 마음가짐이 더욱 남다를 터. 김상수는 “기분이 묘하다. 최고의 무대서 시합하게 돼 기쁘다”면서 “(삼성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땐 형들에게 좀 묻어갔다면 지금은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김상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마법군단의 일원이 됐다. 정규리그 129경기에서 타율 0.271(443타수 120안타) 3홈런 56타점 등을 책임졌다. KT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직행 티켓을 거머쥐는데 힘을 보탰다. 경험이 많아도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다. 앞서 NC와의 PO 5차전서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김상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팀이 승리해 다행”이라면서 “KS에서는 든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는 올해 말 그대로 마법 같은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 부상 악재가 이어지면서 순위표 맨 아래까지 떨어졌다.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이 2위까지 오르며 포효했다. PO도 드라마였다. 2패를 먼저 당하고도 KS에 오르는,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역대 3번째다. 1996년 현대, 2009년 SK의 뒤를 이었다. 짜릿함과는 별개로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상수는 “보는 사람들은 즐거웠을지 몰라도 뛰는 우리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고 껄껄 웃었다.
기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김상수는 “현재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부담감은 LG가 더 큰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KT만의 강점을 묻는 질문엔 “정말 끈기가 있다. 정규리그 때부터 마법 같은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힘이 KS에서도 발휘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포스트시즌(PS)과 같은 단기전에선 흔히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한다. 김상수는 “미친 선수들이 많이 나왔면 좋겠다. 나도 미치고 싶다. 나만 잘하면 될 듯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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