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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인터뷰] 국내 20대 마약 중독 증가… “재발해도 포기말고 치료, 일상은 바쁘게”

입력 : 2023-10-29 17:27:08 수정 : 2023-10-29 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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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질환 전문가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연예계 마약 스캔들로 사회가 혼란하다. 배우 유아인(엄홍식‧37)이 프로포폴 등 4가지 마약을 181회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배우 이선균(48)도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되며 충격을 안겼다. 이후 그룹 빅뱅 출신 지드래곤(권지용‧35)도 마약 스캔들에 합류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으로 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사람만 10명에 달한다. 그 중에는 아이돌 연습생, 작곡가, 재벌 3세 등도 포함돼 있다.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부상하는 연예인 마약 스캔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을 넘어 한국은 마약에서 더 이상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29일, 마약 등 중독질환 전문가인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약물 중독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교수님께서도 이를 체감하고 계시는지.

 

“실제 진료실에서 체감 중이다. 분명 예전보다 중독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늘고 있다. 확실히 20대 젊은 마약 중독환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병원에 치료받으러 내원하는 분들은 마약중독자 중 극소수다.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것보다 현실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마약 중독이란 의학적으로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

 

“말 그대로 반복된 마약 사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 상태다. 대인관계, 직업‧학습활동에 지장을 일으킨다. 마약 사용으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 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노력이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내성이 생겨 마약을 사용하는 양과 빈도가 늘어나며, 사용을 멈추면 금단증상이 생기는 상태를 일컫는다.”

 

-마약에 중독된 이후 약물을 끊는 것은 더 이상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들었다. 열심히 재활해도 계속 손을 대는 사례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지.

 

“그렇다. 마약 중독은 의지력 부족이나 나약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치료를 유지하지 않으면 재발하는 것이 중독질환의 특징이다.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한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다. 유전적인 소인도 있고, 심리적인 영향, 환경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유혹에 빠진 뒤 악순환을 끊기 어려운 이유는,

 

“중독장애는 뇌의 중뇌에서 전두엽으로 이어지는 보상체계에 문제가 생기는 만성 재발성 뇌질환이다. 당연히 단번에 완치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한번 중독에 빠지게 되면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회복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전거의 페달을 밟지 않으면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처음 자전거가 출발할 때 페달을 밟고 중심을 잡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힘들듯이 치료 초기에는 금단증상, 갈망감 등으로 괴롭다.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방심하지 않고 유지치료를 받는다면 몸과 마음건강의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회복된 상태를 지속할 수 있다.”

 

-재활에 성공하는 케이스는 얼마나 되나.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재활에 성공해 일상생활을 잘 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시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어느 정도 마약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병원을 찾으면서 꾸준히 진료받는다는 것이다. 또 중간에 실수로 잠시 마약을 사용했더라도 자포자기하지 않고 계속 치료를 받으시면 결국은 좋아진다.”

 

-약물 중독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치료 초기에는 금단증상을 줄이는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이 과정이 힘들고 그로 인해 재발도 잦다. 이렇다보니 이 시기에는 입원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금단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는 재발방지를 위한 유지치료를 시행한다. 주로 정신사회적 치료접근을 합니다. 동기강화치료, 인지행동치료, 질환교육, 자조집단 모임참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금단증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이 남아있다면 이에 대한 약물치료, 정신치료를 하게 된다.”

-현재 한국은 ‘마약 청정지역’으로 볼 수 있는지.

 

“2016년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명패를 뗐다. UN은 마약류 사범이 인구 10만 명당 20명보다 적으면 ‘마약 청정국’ 지위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한국은 2016년에 22.5명을 기록했고, 2021년 31.2명으로 더 늘었다.

 

하지만 UN이 공식적으로 마약청정국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UN에는 약물 규제와 마약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설립한 ‘유엔마약범죄사무소’가 있고, 매년 각 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근거해 ‘세계마약보고서’를 발간한다. 여기에 마약청정국의 개념이나, 지위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 마약청정국이라는 구체적인 용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 10만명당 20명이라는 수치가 마약 확산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틀린 표현이지만, 마약청정국으로 불릴 만큼 마약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닌 상황이 됐다는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인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약물중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들에게 제언 부탁드린다.

 

“한번에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없다. 치료 기간은 마약 중독으로 문제가 된 기간보다 훨씬 더 길어질 것이다. 중간에 실수로 한두번 다시 마약을 사용했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치료를 계속 받으신다면 회복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마약을 끊겠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치료 도중 재발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치료를 받겠다는 의지가 어쩌면 더 중요합니다. 재발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어떤 상태, 어떤 상황에서 재발 위험성이 높아지는지를 깨닫고 그 상황을 개선시키거나 피할 수 있는 전략을 치료진과 함께 짜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 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권고하는 생활습관은. 또는 절대 피해야 하는 행동이 있다면.

 

“대개 일상생활이 무료하고 심심하면 재발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하루 일과를 빽빽하게 계획을 세우고 바쁘게 지내시는 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치료과정을 잘 견뎌내시기 바란다. 한달을 끊겠다, 세달을 끊겠다, 일년을 끊겠다는 결심보다는 ‘오늘 하루 마약을 하지 말고 잘 버텨보자’는 마음가짐이 더 좋겠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되고, 회복에 가까워지게 된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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