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관중에 화답하는 멋진 피날레였다.
프로야구 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41)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한국야구 통산 4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그의 별명에 가장 어울리는 대기록이다.
◆2023 대구의 해피엔딩
험난한 문단속이었다. 팀이 1-3으로 밀리다 6회말 3득점으로 4-3 역전을 일군 8회초였다. 오승환은 2사 2루 위기에서 아웃카운트 4개를 잡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여기서 추신수를 1루수 이성규의 호수비에 힘입어 잡아내 한숨을 돌렸다.
8회말 팀이 1점을 추가한 9회초. 볼넷 2개를 내줘 1사 1,2루에 몰렸다. 하지만 기예르모 에레디아, 박성한을 차례로 뜬공으로 정리해 위기를 탈출한 오승환은 포수 강민호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자신의 400번째 세이브를 장식해 냈다.
2023시즌 삼성의 마지막 홈 경기에서 일군 의미 있는 대기록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일찌감치 불발됐지만, 대구 홈팬들은 그 아쉬움을 털어내듯 경기장을 빈 자리 없이 가득 채웠다. 그리고 오승환이 건넨 KBO리그 최초 400세이브라는 뜻깊은 선물 그리고 대구를 수놓는 폭죽 속에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
◆독보적인 존재
오승환은 올해로 자신의 19번째이자 KBO리그에서의 13번째 시즌을 맞았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마무리 투수 자리를 굳게 지키며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클로저로 거듭났다.
2년 차인 2006시즌부터 47세이브로 구원왕에 이름을 새겼다. 이후 2007년 최소 경기 100세이브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모든 고지를 점령했다. 2011년에 밟은 200세이브는 334경기 만에 달성한 최소 경기 세계신기록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2013년까지 구원왕에 5번 오르는 동안 누적 277세이브를 남겼다.
큰 무대로 이동했다.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로 향해 2년 연속 NPB 구원왕을 차지했다. 빅리그가 그를 기다렸다. 미국에서 4시즌간 42세이브 45홀드를 남기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름값은 여전했다. 2021시즌 역대 최고령 40세이브(44세이브)와 함께 또다시 구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40세 마무리 투수의 성적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올 시즌을 앞둔 그의 누적 세이브는 370개였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이 그를 막았다. 전매특허 ‘돌직구’의 구위가 예전 같지 않았고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부진 속에 생애 첫 선발 등판이라는 승부수까지 띄워야 했을 정도다. 전반기 세이브가 10개에 그쳤다.
그에겐 경험과 연륜이 있었다. 후반기에 기어코 부활을 알리며 무섭게 세이브를 쌓았다. 그렇게 대구팬으로 가득한 홈 최종전에서 누구보다 멋진 400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독보적인 기록이다. 통산 세이브 부문에서 그를 잇는 선수들은 차례로 손승락(271세이브), 임창용(258세이브), 김용수(227세이브) 등이다. 모두 은퇴 선수들이다. 현역 중에서는 한화 정우람(197세이브)과 KT 김재윤(169세이브) 정도가 전부다. 앞으로 오랜 시간 깨지기 힘들 ‘끝판대장’의 짙은 발자국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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