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은 제가 한 단계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힘을 준 경험이었어요. 완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한 번쯤 그 길을 가보시길 권해봅니다.”
‘멀티테이너’ 손미나가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전파했다.
손미나는 23일 서울관광재단에서 웰니스 시네마&토크 참가자들과 만나 자신의 산티아고 순례길 경험을 생생히 전했다.
손미나는 지난해 봄,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나 800km를 직접 걸으며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과정을 겪었다. 이 시간은 여행 다큐멘터리 ‘엘 카미노’와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출간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간의 본질과 인생의 행복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는 그는 ‘산티아고 길을 언제 걸을 것인가는 당신의 선택이 아니다. 때가 되면 그 길이 당신을 부를 것이다’라는 말을 언급하며 “팬데믹이 끝나갈 때였다. 자연이 너무 그리운 마음과 인간이 너무 그리운 마음이 더해졌다”면서 “자연 속에서 세계인을 만나고 좋은 콘텐츠로 만들어서 사람들과 나눠야겠단 생각을 했다”라고 순례길을 떠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촬영 장비가 가득한 8kg의 배낭을 메고 하루 30km 이상 한 달 이상을 걸어야 한다. 도착해서 편하게 씻거나,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함께 떠난 일본인 친구, 촬영 감독은 각각 11kg, 20kg의 배낭을 이고 지고 걸었다. 서로 절교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하하하 웃는 그다.
손미나는 “한국인들은 이곳을 찾는 전 세계인들 중 7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경쟁을 하며 걷는다”라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어떤 분이 저에게 ‘나는 나이가 많아 완주할 자신이 없다’고 하시더라. 완주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사람은 걷고 싶은 곳만 걷고, 걸었던 곳만 반복해서 걷고, 일주일만 걷고,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휠체어를 타기도 한다”며 “그런데 유독 38일 만에 끊어서 완주하려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과 마음에 담으며 할 수 있는 만큼 한 걸음 한 걸음 길을 걸으면 남는 게 있다”라고 덧붙였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길을 나선 손미나이지만 ‘내가 왜 왔지?’라는 물음표를 띄운 순간도 있었다. 그는 “내가 거기서 만난 독일 친구가 ‘산티아고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고 당신이 필요한 것을 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며 “걷다 보니 내가 무엇을 얻고 버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더라”며 미소를 짓는다.
일각에서는 국내에도 둘레길이 많은데 왜 산티아고 길만 이야기 하냐는 볼멘소리도 있다고. 내공 100단 손미나다. 그는 “저는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그 시간 동안의 그들의 소망과 아이디어와 흔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이는 에너지가 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연과 모습으로 온다”며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개개인도 우리의 에너지를 거기에 쏟고 오는 거다. 나는 무엇을 두고 올 것인가를 생각하셔도 좋을 거 같다”고 언급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손미나가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알릴 만큼 꼭 공유하고 싶은 경험이다. 손미나는 “정말 감히 제 인생에서 다시 없을 경험이었다. 특히 피레네 산맥은 정말 죽을 거 같은 길이었지만, 죽을 때까지 못 볼 거 같은 풍경이다”라며 “사람은 죽기 전에 자기가 봤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린다는데, 아마 저에겐 피레네 산맥이 아닐까. 너무 힘들어서 환상을 보나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환상적인 경치였다”라며 사진을 공개해 현장의 탄성을 불렀다.
예상치 못한 날씨와 부상 등 산티아고 순례길은 매일이 도전이었다. 머리카락과 속눈썹이 다 타서 부서질 정도로 육체와 마음의 싸움이 매일 계속된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 순간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이 온다고.
손미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나에게 남긴 것은 수 없이 많다. 인생에 대해,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이 정리가 된다”며 “마치 인생같다. 처음엔 언제 이 길을 걷나 싶은데, 갈리시아에 들어서면 이 길이 끝나는 게 아쉬워서 눈물이 나올 거 같다. 이제 익숙해졌는데, 영원히 지속됐으면 하는 소망이 생긴다”며 애정을 담는다.
이어 “제 인생의 짐이 많이 덜어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지게 됐다.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 ‘갖고 있는 80%가 불필요 했구나. 모든 것이 사치였구나’를 알게 된다. 내 앞에 있는 모든 물건과 사람에 감사하게 된다”는 말로 현장의 울림을 전했다.
한편, 21일 개막한 ‘월드 웰니스관광페어 인 서울 2023’는 ‘웰니스의 도시, 서울’을 주제로 서울관광플라자와 서촌 일대에서 전시, 공연, 강연,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세계일보가 주최하고 서울관광재단, 한국관광공사, 세무회계여솔, 힐리언스 선마을이 후원한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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