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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항저우의 ★] ‘셔틀콕 여제’가 꿈꾸는 그랜드슬램… 새 시작이 될 항저우AG

입력 : 2023-09-05 12:06:43 수정 : 2023-09-05 14: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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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세계선수권 여자단식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47억 아시아인의 최대 스포츠축제, 하계 아시안게임(AG)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다. 당초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됐다. 2024 파리하계올림픽을 약 10개월 앞두고 열리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태극전사들의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구슬땀을 흘리며 항저우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릴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상을 향해 시동을 거는 태극전사들의 면면을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조명하고자 한다.

 

정점에 섰지만, 여전히 목마르다.

 

한국 배드민턴은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방수현, 박주봉, 김동문, 라경민 등 왕년의 스타들을 앞세워 첫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효자종목’ 배드민턴도 세대교체와 함께 암흑기에 진입했다. 그 터널의 끝이 올해 찾아왔다. 과거의 영광을 상회하는 ‘황금 세대’의 등장이 한 줄기 빛이 됐다. 그 중심에는 세계 최고의 여자 배드민턴 플레이어, 안세영(21)이 있다.

 

◆여제로 등극한 셔틀콕 천재

 

2017년 12월, 광주체중 3학년 안세영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성인 선수들 상대 7전 전승으로 태극마크를 따냈다. 중학생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추천이 아닌 자력으로 선발전을 뚫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만 15세, 최연소 국가대표의 등장이었다.

 

조금씩 꽃을 피웠다. 2018년 아이리시 오픈 우승으로 첫 성인 국제대회 트로피를 들었다. 2019년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투어 5승 및 한국 선수 최초 BWF 신인상을 따냈고, 2021년엔 ‘왕중왕전’ BWF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지난해도 시즌 3승을 따냈다.

 

올해, 전성기가 시작됐다. 출전한 12번의 국제대회 중 무려 11번 결승에 진출했다. 8번의 우승, 3번의 준우승이 이어졌다. 결승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대회(6월 인도네시아 오픈) 성적도 3위였다. 나가기만 하면 우승권은 따 놓은 당상인 셈이다.

 

3월 배드민턴 종목 최고 권위 대회, 전영오픈 제패가 굵직한 족적의 시작이었다. 이어 7월 코리아오픈·재팬오픈을 연달아 우승하면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밀어내고 여자단식 세계 랭킹 1위에 앉았다. 모두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대기록이다.

 

끝이 아니었다. 지난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한국 남녀 단식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전 최고 성적은 1993년 여자단식 방수현, 1995년  남자단식 박성우의 준우승이다. 1977년 대회 시작 후 46년 만의 위업을 21세 소녀가 달성했다.

 

안세영이 세계선수권 여자단식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음 목표는 그랜드슬램입니다”

 

안세영은 세계선수권 후 귀국 기자회견에서 “목표는 테니스로 말하면, 그랜드슬램이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한 번씩 전부 우승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테니스에서는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우승을 그랜드슬램이라 칭한다. 배드민턴은 공식적인 개념이 없지만, 안세영은 굵직한 4개 대회의 우승을 개인적인 ‘그랜드슬램’으로 설정했다.

 

세계선수권 우승 바통을 받을 새 출발점이 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갚아야 할 빚도 있다. 국가대표에 선발된 첫 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32강에서 이른 탈락을 맛봤다. 한국 대표팀도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의 ‘노메달’ 수모에 그쳐 마음의 짐이 배가 됐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미처 영글지 못한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경험치를 바탕으로 탄탄한 실력을 쌓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도전자가 아닌 최강자로서 숱한 도전을 받아내는 위치에 섰다.

 

왼쪽부터 안세영, 타이쯔잉(대만),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천위페이(중국). 사진=안세영 SNS

 

경쟁자는 ‘숙명의 라이벌’ 야마구치(2위)와 천위페이(중국·3위)다. 각각 상대 전적에서 8승12패, 6승10패로 열세지만, 최근 기세와 경기력은 안세영이 한 수 위다. 랭킹 4위 타이쯔잉(대만)도 경계 대상이지만, 8승2패로 압도적인 상성이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다가올 2024 파리올림픽까지 정조준하는 안세영이다. 방심은 없다. 그는 5일부터 10일 중국 창저우에서 열리는 차이나오픈에서 아시안게임 모의고사를 치른다. 완벽한 준비와 함께 금빛 스매시를 겨냥한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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