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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유일무이 고현정 관찰기

입력 : 2023-09-02 13:00:00 수정 : 2023-09-02 1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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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인생작을 경신한다. 그 어려운 걸 결국 해내고야 마는 고현정이다.

 

‘모래시계’, ‘선덕여왕’, ‘대물’, ‘여왕의 교실’, ‘디어 마이 프렌즈’ 등 누군가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명작엔 고현정이 있다. 30여년 간 새로운 얼굴로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사람. 배우라서 고마운 그녀다.

 

이번엔 ‘마스크걸’이다. 고현정이 전세계 시청자와 만났다. 18일 공개된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이한별·나나·고현정)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흑백의 나나에서 컬러의 고현정으로, 김모미가 보여지는 순간 소름이 돋는다. 고현정은 “참여 제의를 받았을 때 기뻤다. ‘드디어 나에게도 이런 장르물이 들어오는구나’ 싶더라. 한 캐릭터를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한다는 기획이 좋았다. 한 작품의 일원이 되어서 같이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너무 좋더라”며 “구조적으로 협력해야 하고 의논하며 만들어야 한다. 주연으로서 이고 지고 끌고 가는 게 아니라, 한 작품에 하나의 퍼즐로 녹아드는 것에 갈증이 있었다. 딱 적기에 제안이 왔다. ‘꼭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라는 말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띈다. 

 

1989년 미스코리아 선 입상 이후 1990년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에서 말숙이로 연기의 세계에 뛰어든 그다. 30년 넘게 연기밥을 먹었다. 그만큼 대중에게 익숙한 연기를 펼칠 만도 한데, 고현정은 다르다. 언제나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연기를 보여준다. 마스크걸도 마찬가지.

 

고현정은 극중 평범한 직장인에서 세상을 들끓게 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수감된 김모미로 분했다. 

 

서사에 따른 3인 1역의 마지막 바톤을 이어받은 그녀다. 죄수번호 1047이 박힌 죄수복을 입은 모습부터 기분 좋은 낯섦이다. 등장만으로 화면을 잡아먹는다. 

 

고현정은 “김용훈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셨다. 개인적으로 ‘나 이제 여기서 나가야겠어’라는 대사를 하는 신을 좋아한다. 조명에 얼굴이 드러날 때 내가 생각한 표정이 나왔더라”는 말으로 미소 짓는다.

 

독방에 갇혔던 김모미가 한 달동안 성경책을 읽은 후 수감방으로 돌아온 장면이 좋았다는 말에 환하게 웃는 그녀다. 고현정은 “저도 그 톤과 그 분위기, 얼굴이 좋았다. 얘가 진짜 종교적으로 믿음이 생긴 건지, 독방에 오래 있던 걸 기회 삼아서 탈출 계획의 일부로 머리를 쓰는 건지. 시청자로 하여금 속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했다. 순진해보이면서 발칙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잘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덧붙인다.

 

후반부 김모미와 김경자의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대사로 설명하거나 신파로 빠지지 않고 정말 서로 던지고 던져지고, ‘몸의 대화’를 나눈다.

 

고현정은 “맞다. 제가 생각할 때 김경자의 모성은 비뚤어져 있고 잘못된 모성이다. 근데 엄청 당당하다. 김모미는 모성이이라는 것의 형태나 틀, 관념적이든 개념이든 아직 아무것도 없는 몸이다”라며 “과잉된 모성과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는 모성이 만나니 할 말이 없고 싸우는 것 밖에 없다. 모성으로 싸우기보다 자기들들 성질 때문에 싸우는 거다. 모성이랍시고 덤벼들고 막고 싸우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해 싸우는 거다. 현실적인거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Mask Girl Ko Hyun-Jung as Kim Mo-Mi in Mask Girl Cr. Jun Hea-sun/Netflix © 2023
Mask Girl Ko Hyun-Jung as Kim Mo-Mi in Mask Girl Cr. Jun Hea-sun/Netflix © 2023

이번 작품에서 특히 몸을 던진 액션이 화제를 모았다. 김용훈 감독이 고현정의 살신성인 액션에 대해 극찬을 이어갔기 때문. 고현정은 김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먼저 표했다.

 

그녀는 “저는 늘 그렇게 한다. 이렇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주시고, 직접 말씀을 해주신 분이 감독님이 처음이다. 제가 보호대 안 차고 빨리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걸 고맙게 생각해주신 분이 감독님이고 이렇게 말씀을 해주셔서 진짜로 감사하다. 사실 특별히 안 하던 행동을 이번에 한건 아니다. 돈을 받고 하는데 최선을 다하죠”라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어 “‘마스크걸’은 모든게 협조적이고 부드러운 현장이었다. 심지어 밥차까지 맛있는 현장이었다. 너무 맛있더라. 그래서 피칠갑 분장을 하고도 먹은 거다”며 특유의 털털함을 보인다.

 

고현정은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다. 솔직하고 담백하다. 보고싶어 하는 시청자가 많은데 다작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으니 자신의 성격에 대한 답을 먼저 하는 그다.

 

고현정은 “작품에 맘에 들어 미팅을 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제 취약점이 불안을 느낄 때 나온다. 전 무서우면 화를 낸다”면서 “그래서 대본을 보고 ‘해볼까’ 하고 미팅을 한 뒤, 불안감을 느낄 요소가 있으면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어떤 식으로든 마르고 닳도록 숙련된 배우가 되어야겠단 마음이다. 불안함을 극복하려 노력중이다”라고 대답을 한다. 

 

‘피부’ 하면 고현정이다. 공개석상에 선 고현정은 나이를 잊은 피부로 부러움을 자아낸다. 그런데 이번 김모미는 주름살부터 기미까지 낯선 고현정의 얼굴이다. 

 

고현정은 “제 실제 얼굴에 있는 흔적도 있다. 다크써클은 더 많이 칠하기도 했다. 기미도 조금 더 진하게 했고. 기본 분장을 아예 안 받고, 색조도 안하고 극에 필요한 분장만 했다”며 “주름살에 대해 궁금해하시던데. 저도 주름살이 생긴답니다”라는 말로 재치있게 받아낸다. 

 

30년 동안 톱배우이자 톱스타로 살고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삶이 인생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어떤 느낌일까. 고현정은 1995년 결혼 후 은퇴했다가 2005년 드라마 ‘봄날’로 컴백한 순간을 언급했다. 

 

그는 “다시 컴백을 해야할 때 죽어도 못할 거 같았다. 다시 연기를 할 수 없을 거 같았다.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고. 그래서 ‘그냥 다른 나라 가서 살까?’ 생각도 했다”면서 “그렇게 다시 돌아왔는데 ‘그래, 잘왔다’라고 해주시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친정으로 돌아온 기분이랄까. 그 기분이 좋아서 한동안 제가 하고싶은 대로 행동했었다. 세상에 그렇게 해도 되는 곳은 없다. 그걸 늦게 알아서 후회가 된다”라고 말한다.

 

이어 “요즘은 진짜 배우로, 연기로, 일로 평가받고 싶다. 일로 세상을 만나고 싶고, 일로 세상을 겪고 싶다. 연기가 더 소중해졌다. ‘고현정 나오면 본다’는 말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더 열심히 ‘일’하는 고현정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근래 이런 솔직함이 있었나 싶다. 그녀를 한 번이라도 만난 제작진과 배우, 관객이 고현정이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다. 더 오래 활동하는 고현정을 보고싶단 욕심이 생긴다.

 

단독 주연이 아닌 앙상블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단 그녀다. 개인사를 뛰어넘는 작품이 없단 말로 스스로를 낮추지만 우리는 안다. 고현정이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신뢰를. ‘마스크걸’은 고현정의 표정 하나, 숟가락을 드는 손동작 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인터뷰를 위한 프로필 사진에서 고현정의 네일팁 색깔은 그린. BJ 김모미의 네일팁 색깔이다. 디테일의 차이. 그녀가 왜 지금까지 우리의 인생작에서 빛났는지 사진 한 장만 봐도 알 수 있다. 고현정은 그런 배우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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