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談談한 만남]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럭키·다니엘

입력 : 2023-09-01 07:00:00 수정 : 2023-09-01 09:32:10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 방송인 럭키(왼쪽)와 다니엘.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

 

 럭키(본명 아비셰크 굽타)와 다니엘 린데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살이 각각 28년 차, 16년 차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누구보다 능숙할 뿐만 아니라 뛰어난 예능감과 센스로 각종 방송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방송인이지만, 앞에 ‘외국인(外國人, 다른 나라 사람)’이 붙는다. 두 사람은 딱히 개의치 않는다.  

 

 “‘생긴 건 외국인인 데,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어요. 한국 사람과 잘 소통하고, 흐름을 잘 소화하죠. 또 한국 음식도 가리는 게 없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기분 좋은 칭찬이에요. 외국인이라고 해도 그것도 사실이니까.(럭키)”

 

  두 사람을 많은 사람에게 각인시킨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비정상회담’과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다. 두 프로그램은 럭키와 다니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비정상회담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선입견을 없애줬다면, 어서와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줬다.

 

 다니엘은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남는다고. 그는 “예전에는 그냥 ‘한국 김치 매워요’, ‘김치 좋아요’ 이 정도였다면 특히 비정상회담에서 다양한 주제로 솔직하게 토론하면서 외국인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범위가 넓어졌다”면서도 “비정상회담이 종영하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 간 것 같다. 물론 한국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훌륭하지만, 진지하게 얘기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럭키는 어서와가 장수 프로그램이 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인도 친구들이 5번 째 팀이었는데, 어느 덧 300회가 넘었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그때 온 인도‘F4’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해외에 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본다. 한국에 또 오고 싶다더라”고 전했다. 

 

 ◆방송인 ‘+α’

 

 두 사람의 주요 직업은 방송인이지만, 타이틀이 더 붙는다. 럭키는 사업가, 다니엘은 음악가와 무도인이다. 럭키는 현재 홍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이 태어난 나라 인도에 한식(韓食) 전파를 준비하고 있다. 다니엘은 피아노 연주자로 최근 콘서트도 마쳤으며, 합기도 사범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메인은 방송인이라고 소개해요. 그래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늘 하죠.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느낌이라서. 사실 방송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체성 혼란까지는 아니지만 나의 역할, 나의 위치, 내가 할 일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사는 것 같아요. 음악과 운동을 하는 이유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더 좋은 방식이자 행복을 선사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다니엘)”  

 

 럭키와 다니엘은 알베르토와 함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있다. 채널명 ‘354 삼오사’는 야채와 감자를 넣고 삼각형으로 빚어 기름에 튀긴 인도식 만두 ‘사모사’에서 따왔다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던 2020년 1월에 시작해 현재 구독자 32만명이 넘는 대형 채널로 성장했다.

요즘 MZ에 푹 빠진 럭키

 

 럭키는 “겉은 되게 바삭하고 안에는 부드럽고 다양한 양념이 들어가 있어서 있지 않나. 우리도 약간 부드럽게 접근하면서 먹방, 여행 딱 하나의 정체성보다는 ‘이것 저것 다 해보자’고 했다”며 “제작비도 별로 없어서 처음엔 카메라 퀄리티도 정말 안 좋았다. 제작 과정 보면 정말 눈물난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먹방, 여행, 환경, 토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며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 “다니엘, 알베르토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구독자 수 욕심도 있다. 다니엘은 “32만명도 뿌듯하지만, 올해 목표 100만명 안 될 것 같다. 더 잘해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우기도.

 

 ◆‘연애’ 같은 한국살이

 

 한국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큼 오래 살았는데도, 아직까지도 ‘이방인(異邦人)’ 같을 때가 있을까. 

 

 다니엘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약간 연애와 좀 비슷하다. 처음에는 불타오르는 것 처럼 모든 게 좋고 천국 같다. 이제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 대한 안 좋은 면도 좀 보이기 시작하고, 위기 상황도 오더라.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독일)로 돌아가니까 또 3일 만에 다시 한국 오고 싶고, 계속 업앤다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10년 정도 됐을 때 많이 결정된다고 하더라. 자기 나라로 돌아갈 건지 아니면 그 나라에 있을 건지. 10년이 넘으면 머물 확률이 확 올라간다. 나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처럼 그 설렘은 없지만, 오래된 부부처럼 편한 정 그런 느낌은 있다. 그래서 지금은 위기가 오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음악과 사랑에 빠진 다니엘.

 

 그렇다면 ‘한국인 다 됐다’라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럭키는 “몇 년 전부터 꿈에서 한국말을 한다. 엄마한테 ‘잔소리 좀 하지마’라고 해서 놀랐다. 또 인사 할 때, 한국 사람만의 인사법 있지 않나. 날씨로 시작하는. 요즘은 ‘많이 더우시죠’다”라고 웃어보였다.  

 

 럭키는 현재 귀화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제 생활이 여기에 맞춰져 있지 않나. 사실 사업을 하다보니 한계가 있더라”며 “한국 법은 오래 살았다는 게 큰 메리트가 없다. 절차도 까다롭고. 쉽지 않지만 법이 있으니까 그 절차를 따라야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요즘 공부하고 있는데, 주변에 퀴즈를 많이 낸다. 한국의 ‘4대 명절’은?”이라고 깜짝 질문하면서 “대부분 설날, 추석, 보름까지는 맞춘다. 나머지 1개는 정말 예상 못한 거다. 나도 시험에서 틀려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니엘은 “귀화 할 생각은 아직 없다. 바빠서 사회통합프로그램에 계속 참여 못했는데, 내년쯤 영주권 도전 생각 중이다”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이미 많은 걸 이뤘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 다니엘은 가장 먼저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 따기를 꼽았다. 그는 “얼마 전에 필기 시험이 끝났다. 내년에 연수 교육 받으면 자격증이 나오는 데, 우리 (합기도) 관장님이 연세가 많으셔서, 본격적으로 도와드리고 싶다”며 “다음은 럭키 형, 알베르토와 같이 유튜브 채널 계속 하고, 음악 활동도 이어 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럭키는 ‘인도의 백종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인도에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봤다. 최근 인도 사람들도 OTT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더라. 특히 인도 젊은이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다. 내 알고 있는 분야인 한식인 라면이나 떡볶이로 사업을 할 계획이다”라고 귀띔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