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짐을 덜어낸 전력질주였다.
LG의 전문 대주자 요원 신민재(27)가 일을 냈다. 9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의 홈경기에서 10회말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키며 5-4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팀은 4연승과 함께 2위로 도약하며 1위 SSG를 반 경기 차로 바짝 쫓았다. 여러모로 뜻깊은 승리다.
경기는 팽팽했다. 2회 각 2점을 주고 받은 두 팀은 치열하게 맞섰다. 7회초 키움이 이정후의 2타점 적시타로 먼저 앞서자 8회말 LG가 박동원의 시즌 8호 투런포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연장으로 가서야 결판이 났다. 홈팀 LG의 무대였다. 10회말 박동원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1루에서 홍창기의 2루타와 함께 2,3루로 판이 커졌다. 그리고 타석에 등장한 선수는 9회말 대주자로 투입된 신민재였다. 이날 멀티히트를 기록한 문성주를 대신하는 부담감이 있는 자리였다.
여기서 일을 냈다. 전문 대주자인 그는 올시즌 소화한 타석이 단 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양현을 상대로 3B1S까지 좋은 카운트 싸움을 펼쳤고, 끝내 2루수 왼쪽으로 향하는 땅볼을 굴렸다. 전매특허 빠른 발로 1루를 향해 내달렸고 김혜성의 1루 송구와 비디오 판독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이프를 따내며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신민재는 “무조건 빨리 뛴다는 생각 뿐이었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앞선 카운트에서 슬라이더를 하나 놓쳤다. 그래서 이번 공에 결과를 내야겠다고 생각해 승부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볼넷은 염두에 없었다. 그는 “타석에 원래 많이 안 서다 보니 오히려 그런 생각은 덜 했다. 많은 고민 없이 타석 서기 전 계획한 대로 적극적으로 타석에 임해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의 발로 인해 지워졌던 9회말 찬스의 아쉬움을 씻어내 더욱 값지다. 그는 당시 대주자로 투입돼 3루를 훔치다가 도루자를 기록해 팀이 경기를 끝낼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실패에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스피드로 경기를 끝내 아픔을 극복했다.
그는 “9회에는 가도 좋다는 사인이 나왔다. 거기서 못 가면 내가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결과는 내 스타트와 어떻게 뛰었는지의 문제다. 다음에도 이 상황이 생기면 또 뛸 것이다”며 한 번의 실패에 무너지지 않는 대범함을 보여줬다. 대주자의 활약에 LG의 미소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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