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했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프로야구 롯데의 10연승 도전이 좌절됐다. 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시즌 5차전 원정경기에서 2-10으로 패해 연승이 ‘9’에서 마감됐다.
지난달 19일 사직 KIA전 0-6 패배 후, 딱 2주 만에 진 롯데는 시즌 9패째(15승)를 안았다. 무엇보다 미련이 남는 건 당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프랜차이즈 2호 ‘10연승’ 기록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이끌던 2008년 7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이어진 11연승 기간 중 딱 한 번 성공했던 기록이다.
기대감은 높았다. 선봉장으로 새로운 에이스 나균안이 나섰다. 4월 5경기서 평균자책점 1.34(33⅔이닝 5자책점), 탈삼진 29개를 뽑아내며 펄펄 날았다. 선발 4연승까지 더하며 투수 전향 후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 4월 MVP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롯데가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다.
다만 10연승은 닿기 힘든 고지였다. 믿었던 에이스가 흔들렸다. 3회말 헌납한 빅이닝이 치명적이었다. 2사 만루에서 김선빈에 밀어내기 볼넷, 최형우(2타점)와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아 4실점했다. 흔들린 그는 4회말 이우성에게 올시즌 첫 피홈런까지 나와 실점이 또 쌓였다. 결국 4이닝 5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후 팀은 공수에서 KIA에 완연히 밀려 반전을 만들지 못했고, 나균안은 그렇게 시즌 첫 패전을 안았다.
KIA에 약했던 상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 전 통산 KIA 상대 9경기 무승 3패, 평균자책점 9.33(18⅓이닝 19실점)이었다. 상대팀 중 가장 좋지 않은 상대 전적이었다. 나균안은 극복하고 싶었을 상성을 넘지 못하고 자존심을 구겼다.
롯데는 당장의 패배보다 순조로운 시즌 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래리 서튼 감독표 연승은 강력했다. 탄탄한 불펜진과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타선의 힘으로 ‘봄데’의 매력을 뽐냈다. 그 덕에 2012년 7월 7일 이후 11년 만에 1위(10경기 이상 기준)에 오를 수 있었다.
기록에 대한 부담을 내려둔 만큼 상위권 사수가 중요하다. 이제 24경기, 시즌의 20%도 치르지 않았다. 현 경기력만 유지한다면 연승 행진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팀 정비가 중요하다. 연승 기간에도 선발진이 매 순간 탄탄했던 것은 아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은 이날은 불펜마저 흔들리기도 했다.
약점을 하나씩 보완해가야 한다. 당장의 연승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어쨌든 6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 혹은 그보다 더 높은 곳이다. 이번에 찾아온 쉼표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롯데의 전반기 핵심으로 떠올랐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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