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네요.”
이경훈(31·CJ대한통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10만 달러)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를 적어낸 이경훈은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디펜딩 챔피언의 칭호와 함께 163만8000달러(약 21억원)라는 거액의 우승 상금까지 손에 넣었다. 이경훈은 “지켜봐주셔서 감사하다. 타이틀 방어를 한 게 꿈만 같고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 무시무시한 뒷심…한국 최초 타이틀 방어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이경훈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에게 4타 뒤진 공동 6위에 자리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맹위를 떨쳤다. 무서운 기세로 타수를 줄였다. 전반에만 5개의 버디를 솎아냈다. 우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후반 12번 홀이다. 238야드 거리에서 4번 아이언 샷으로 홀 1.2m 지점에 바짝 붙였다. 이후 이글 퍼트에 성공했다. 단독 선두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13번, 18번 홀에서도 버디를 보태며 질주했다.
대회 2연패다. 이경훈은 지난해 5월 AT&T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PGA투어 80번째 출전 만에 거둔 감격의 첫 승이었다. 한국 선수가 PGA 투어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경훈은 “여기만 오면 신이 도와주는 것처럼 잘 풀린다”고 웃었다. 이경훈은 이번 우승으로 2승째를 수확, 다승 대열에도 합류했다. 한국 선수로는 6번째다. 앞서 최경주(8승), 김시우(3승), 양용은, 배상문, 임성재(이상 2승)의 뒤를 이었다.
◆ 과감한 변화…메이저대회까지 정조준
AT&T 바이런 넬슨은 1944년 창설됐다. 나름 긴 역사를 자랑하지만 이 대회에서 2연패 이상 달성한 선수는 이경훈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 샘 스니드(1957~1968년), 잭 니클라우스(1970~1971년), 톰 왓슨(1978~1980년·이상 미국) 등 전설들이 발자취를 남겼다. 최근에는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이 깊다. 2019년 우승한 강성훈(35)까지 더하면 3연속 한국 선수가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았다.
재도약의 계기가 될 듯하다. 이경훈은 지난해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톱10 성적을 낸 경구는 지난해 7월 3M오픈(공동 6위)이 유일했다. 과감한 변화들을 단행한 배경이다. 퍼터를 일자에서 투볼형으로 바뀐 것이 적중했다. 이경훈은 “작년에 계셨던 코치님께 멘탈 조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경훈은 19일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을 정조준한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메이저대회에 나섰으나 모두 컷 탈락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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