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비장 약할 때 발육 더뎌
소아비만·운동부족도 문제
우유 등 단백질 섭취 필요
TV·스마트폰 등 사용 자제
키 성장 위해 수면리듬 지켜야
[정희원 기자]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은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특히 미취학 아동부터 중·고등학교 성장기에는 ‘키 문제’가 부각된다. 또래보다 너무 작은 것은 아닌지, 남들보다 자라는 속도가 늦은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키는 부모의 키 등 유전적 영향이 80%, 환경적 요소 20%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타고난 부분은 바꿀 수 없지만, 나머지 ‘20%’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민이 깊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선행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소아청소년센터 교수를 만나 아이들의 키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을 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과거보다 평균키가 커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체감하는지.
“사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평균 1㎝ 정도 커진 정도다. 집단적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성숙이 마무리되는 시기는 6개월 더 앞당겨졌다. 기본적으로 아이들 자체가 서구화되면서, 서양인처럼 빨리 성숙되고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신체 차이가 크지 않다.”
-요즘 아이들 저신장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수면부족’ 영향이 큰 듯하다. 어릴 때부터 기성세대에 비해 많은 학업량, TV·스마트폰·컴퓨터 사용 등으로 잠이 부족한 아이가 많다. 늦게 잘수록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해진다. 적어도 6시간은 잘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찍 자는 것 못잖게 중요한 요소가 ‘총 수면시간’이다.”
-한방에서 보는 저성장 원인은.
“한의학적으로는 신장·비장의 기능이 약할 때 성장발달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본다. 신장의 기운이 부족한 아이는 출생 시부터 작은 경향을 보이고, 전반적인 성장·발육이 더딘 편이다. 비장 기운이 부족하면 식사량이 적고 소화장애가 자주 나타나 전신으로의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성장이 느려진다. 이때 상황에 맞는 처방으로 식사를 잘 챙기게 되면서 키 성장도 따라오는 케이스도 있다.”
-편식이 심하면 키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
“그렇다. 영양, 운동, 수면 3가지 요소가 키 성장의 핵심이다. 잘 먹지 않아 영양이 부족한 것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단, 아이들이 눈에 띌 정도로 밥을 먹지 못하는 이유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식사를 잘 못하는 아이들은 ▲소화가 어려운 유형 ▲기력이 없는 유형 ▲체내 진액이 부족한 유형 등 3가지로 나뉜다.”
-어릴 때 찐 살은 키로 간다는 말, 실제로 긍정적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비만을 주의해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키 성장뿐 아니라 지방 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비만일수록 성장에 영향을 주는 ‘골성숙도’가 빠르고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남아, 여아 모두 체지방률이 높을수록 예측신장이 감소하는 역상관관계가 성립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통통한 정도라면 괜찮다. 하지만 소아비만에 접어들었다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운동부족도 문제다. 운동량이 부족하면 뼈에 가해지는 자극이 덜하다. 1주일에 3번, 30분 이상 몸을 쓰는 운동을 하는 게 권장된다. 이는 성장판 연골세포 분화에 도움이 된다.”
-또래보다 키가 작을 경우 무조건 성장클리닉에 다니는 게 유리한가.
“키가 작다고 무조건 겁먹을 이유는 없다. 표준보다 키가 작아도 엄마·아빠가 늦게 키가 큰 경우 아이도 이를 따라갈 확률이 존재한다. 단 ▲또래와 10㎝ 이상 작아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급성장기에 1년에 4㎝조차 자라지 않는 경우 ▲급격히 비만해진 경우 ▲사춘기가 너무 일찍 찾아온 경우 등이다. 보통 사춘기 이전, 대략적인 성장 수준이 정해지기 전에 시작하는 게 좋다. 여자아이는 가슴멍울이 잡히기 전, 남자아이는 음모가 발달할 즈음부터 치료하면 효과적이다.”
-키성장을 위해 꼭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면.
“단백질 섭취에 신경쓰자. 우유는 3ℓ 정도 충분히 마시되, 고기는 하루에 주먹 하나 정도 크기면 충분하다. 충분한 수면은 필수요소다. 비대면수업 등이 일상화된 요즘 세대에게는 힘들겠지만 하루에 ‘영상’은 2시간 내로 보는 게 권고된다. 2시간 이상 영상을 시청하거나 디지털 기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인체리듬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 이때 수면리듬도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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