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블루’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이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30.0%, 30.5%로, 60대(14.4%)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13일 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부터 코로나블루 관리에 대해 들었다.
-젊은층이 유독 코로나블루에 취약한 이유는.
“노년기 우울증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노년층은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을 통해 심리적 위기 상황에서 비교적 긍정적으로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관련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당장 일상에서의 변화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은지.
“그렇다.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취업난 등 현실적인 진로·인력감축 문제, 경제적인 어려움이 증폭됐다. 해외 입출국 제약으로 커리어나 학업계획에 차질이 일어나는 경우도 늘어났다.”
-우울증의 조짐은 어떻게 파악하나.
“우선 무기력감과 의욕 저하로 바깥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게 된다. 갑작스러운 불면, 식욕이 너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도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코로나블루는 보통 우울→불면→공황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우울증에 노출된 청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가족의 비난이다. 우울증은 의지가 부족하거나 나약해서 걸리는 게 아니다. 비난 대신 힘든 일은 없는지 물어보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섣불리 잘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환자 감정에 공감하는 자세면 된다. ‘많이 힘들겠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의 표현이 좋다.”
-평소와 다른 지인의 모습에 병원에 다녀볼 것을 권유하는 것은 도움이 되는지.
“그렇다. 증상 발생 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빠르게 구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병원에 내원할 것을 권유하는 것은 자칫 최근 행동이나 모습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비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우울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보통 항우울제 기반의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병행한다. 세로토닌 등 여러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제를 쓴다. 항우울제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2~4주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부정적으로 왜곡된 인지를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와 경두개자기자극술(TMS) 같은 뇌 자극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우울증 극복을 위해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바깥 활동을 늘리는 것이다. 휴대폰 앱으로 활동량을 살펴봤을 때, 우울 증상이 심한 환자는 진료일 외에 일주일 내내 매일 100보도 걷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활동량을 높이면 우울감이 빠르게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산책만으로도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 교정도 중요하다. 불면·폭식·끼니 거르기 등으로 일상이 불규칙해진 경우 우울감이 증폭될 수 있다. 자기만의 방식대로 좋은 기분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코로나 상황에 대해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면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뉴스는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꼭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정도로만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우울증 체크리스트
※ 9개 항목 중 5가지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 되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온종일 우울한 기분이 든다.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활동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데 살이 빠지거나, 지속적 식욕감소를 느낀다. 반대로 살이 급격히 찌거나 식욕이 크게 늘어난다.
●불면증이 있거나 너무 많이 잔다.
●초조하거나 불안하다.
●몸이 피로하고 활력이 없다.
●무가치감 또는 과도한 죄책감을 느낀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유부단해진다.
●죽음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이 들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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