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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징계 1년, 사과가 먼저였다면 어땠을까

입력 : 2020-05-25 18:32:22 수정 : 2020-05-25 20: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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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도곡 전영민 기자] 누구를 위한 반성문인가.

 

 만약 강정호(33)가 직접 나서서 먼저 사과를 했다면 어땠을까.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고 추후 공헌을 어떻게 할지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여론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복귀할 여지가 생기지 않았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정호의 음주운전 징계를 심의했다. 상벌위는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 사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리그 품위를 손상시킨 점을 들어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해 임의탈퇴 복귀 후 KBO리그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강정호는 구단과 계약 후 1년 동안 경기 출전 및 훈련 참가 등 모든 참가활동이 불가하며 봉사활동 300시간을 이수해야 실격 처분이 해제된다.

 

 징계 여부를 떠나 강정호가 KBO리그 복귀를 추진한 순서를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크다. 강정호는 앞서 KBO에 리그 복귀 가능성을 타진했다. 소유권을 가진 키움이나 극도로 실망한 국내 야구팬들을 건너뛰고 바로 행정적인 문제부터 짚었다. 잘못을 뉘우친다는 말과 달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부터 강조하는 모양새로 비쳤다. 김선웅 법률대리인은 “징계가 확정된 뒤 팬들에게 사과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진심도 묻혔다. 김선웅 법률대리인의 설명처럼 강정호가 정말 리그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KBO에 가능성을 문의하기 전에 팬들 앞에서 사과를 하는 게 먼저였다.

 이날 김 대리인을 통해서 제출한 반성문도 그래서 아쉽다. 강정호는 상벌위원회에 반성문 두 장을 제출했다. 김선웅 법률대리인이 강정호로부터 받은 스캔본을 전달한 것이다. 당연히 과오에 대해 인지하고 뉘우치며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종이였다. 그런데 김 대리인에 따르면 해당 반성문은 웹으로 작성됐다. 하단에 적힌 사인만 강정호의 친필이었다. 미국에서 머무르는 중에 코로나19나 현지 업무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국내로 입국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해도 KBO리그 복귀를 타진하기 위해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작성한 반성문이라고 보기엔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KBO리그 규약이나 법원칙, 그리고 앞서 유사한 사례에 내려졌던 징계 수위 등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사례를 찾고 행정적인 절차를 고민하는 것은 강정호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다. 국내 법률대리인을 선임했고, 당연히 해당 업무는 모두 그에게 귀속됐다. 강정호가 해야 할 일은 법률대리인에게 이런저런 사정과 복귀하고 싶은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팬들에 사과의 뜻을 전할 시간은 충분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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