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아산 김진엽 기자] “우리은행은 도전자다.”
올 겨울을 맞이할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사령탑 위성우 감독(48)의 각오다.
우리은행은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명가다. 지난 시즌 전까지 통합 6연패를 하며 리그에 ‘우리은행 왕좌’를 구축했다. 그 기세를 살려 지난 시즌 7연패를 꾀했으나, 박지수를 앞세운 국민은행을 넘지 못했다. 단순히 정규리그 우승만 좌절한 게 아니다. 플레이오프서도 3위 삼성생명에 밀리는 굴욕을 경험했다.
“내려가는 시기였다. 박지수를 품은 국민은행은 올라갈 때였고 우리는 그 반대였다. (임)영희까지 은퇴할 상황이라 더 그랬다.” 8월 체력훈련 중 만난 위성우 감독은 참패였다고 시인했다. 그래서 다음을 그리는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다. 잃어버린 왕관을 다시 쓰기 위함이 아닌 더 추락하지 않기 위해 버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승을 6번이나 하다가 한 번 실패하니 주위에서 우리가 다음 시즌 다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봐주신다. 예상처럼 우승 싸움을 벌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고 다시 치고 올라갈 기틀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국민은행이 우승 후보고 우리를 포함한 나머지 5개 구단이 도전자다.”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우리은행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력 누수가 크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임영희의 대체자가 없다. FA를 통해 특별히 전력을 보강하지도 않았기에 내부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 위 감독은 “(임)영희 역할을 누군가가 대신할 수는 없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맏언니 급인 박혜진과 김정은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빅맨이 부족한 탓에 드래프트를 통해 르샨다 그레이를 품었는데, 이 또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선택이다. 전력 곳곳이 물음표다.
이를 확인하고 조직력을 제대로 다질 시간마저 부족하다. 김소니아는 루마니아 소속으로 3X3 월드컵에 출전했다 왔고, 박지현은 연령별 대표팀에 다녀왔다. 또 9월에 있을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 대표팀 차출로 인해 박혜진, 박지현, 김정은, 최은실 등 주축 4명이 빠진다. 즉 9일까지 진행하는 체력훈련이 선수단 전원이 모여 발을 맞출 유일한 시간이다. 위 감독은 “한창 훈련해야 할 시기에 전원이 함께할 수 없다. 대표팀 일정이 끝나면 시즌 전까지 20일여 밖에 남지 않는다. 사실상 시즌 시작하고 세부적인 것들을 맞춰야 한다. 남은 기간은 식스우먼을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위 감독은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모든 게 영원하지 않다. 고민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최선을 다하자는 결론뿐이다”며 “선수들이 불안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간절함을 더 주문한다. 우승을 한창 할 때도 우승을 목표로 한 적은 없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챔피언결정전도 도전할 수 있다. 차근차근 하나씩 이겨내는 게 이번 시즌의 목표다”고 강조했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김진엽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