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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2-14 14:07:29, 수정 2018-02-14 14:07:27

    [평창 아리아리] 피겨 렴대옥의 미소, 평화를 비추다

    • 14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개인전 페어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펼쳐진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 비틀즈의 ‘어 데이 인 더 라이프(A Day in the Life)’에 맞춰 연기한 렴대옥(19)과 김주식(26)의 표정에는 생동감이 넘쳤다. 특히 귀여운 외모로 한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렴대옥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가 무색하게 흠 잡을 데 없는 감정표현으로 만만치 않은 재목임을 각인시켰다.
      14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프로그램에서 북한의 렴대옥과 김주식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8.79점에 예술점수(PCS) 30.61점을 더해 69.40점을 받았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개인 최고점(65.25점)을 뛰어넘은 것이다. 렴대옥-김주식은 키스앤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하고는 서로 끌어안으며 최고점의 기쁨을 만끽했다.

      “내일 경기 끝나고!”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는 렴대옥에게 소감을 묻자 그는 이 말만을 남긴 뒤 유유히 떠났다. 직전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서 날 이만큼 키워주고 감독 동지, 짝패 동지가 이끌어줘서 내가 빛이 난다”고 재잘거리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취재진에게 애써 웃어보이던 렴대옥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서려있던 건 착각일까.

      취재진만 마주치면 ‘입’을 다물어버리는 건 북한응원단도 마찬가지다. 이날 역시 관중석 한 뭉텅이에 자리를 잡은 북한응원단은 김주식과 렴대옥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경연 도중은 물론 주요 장면 리플레이, 점수 발표가 날 때도 경기장이 떠나갈 듯 그들의 이름을 메아리쳤다. 해당 주제곡은 비틀즈 존 레논의 절제된 보컬과 폴 매카트니 특유의 감성이 잘 조화된 명곡이다. 선율과 연기의 앙상블에 감동받은 일부 응원단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나 렴대옥-김주식 조의 순서가 끝나자마자 북한 응원단은 곧 자리를 떴다. 아레나를 유유히 빠져 나와 ‘4열 종대’로 늘어선 그들은 “날씨가 춥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 일사불란하게 버스에 탑승하는 그들의 곁에는 북한 관계자가 지키고 섰다.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본 바로는 북한응원단은 이동 경로는 물론 사소한 행동거지 하나하나도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실제로 북한 관계자가 일부 응원단에게 “어느 문을 통해서 왔느냐”고 사사건건 묻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긴장됐는데 우리 응원단과 남측 응원단이 열광적으로 응원해줘서 힘을 얻어 이렇게 잘한 것 같다. 흔히 말하다시피 우리는 핏줄을 나눈 한 동포라는 것을 느꼈다”
      이날 경기 뒤 김주식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선수 모두 한국에 온 뒤 줄곧 평화와 통일을 외친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자신의 격앙된 감정이나 솔직담백한 후기가 동반돼야 진정성이 보이는 법이다. 기-승-전-한핏줄로 이어지는 레파토리에 다소 학습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펄떡거리는 감성을 살아있는 듯 표현한 렴대옥-김주식의 경연 순간은 얼마나 솔직하고 또 아름다웠나. 쥐어짜내어 강요하는 ‘평화 메시지’보다 통제에 묶인 그들이 빙판 위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이 평화의 본질에 더욱 가까웠다. 사족이 길었다. 프리 연기에서도, 그리고 2022 베이징에서도 누군가에 의해 짜연진 각본 멘트가 아닌, 그들이 온 몸으로 말하는 ‘평화’를 보고 싶다.

      강릉=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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