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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정민, 이승엽과 재회 자체가 감동이다

입력 : 2015-06-01 14:00:00 수정 : 2015-06-0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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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설마 또 이정민?’

롯데 구단 내에서도 우스갯소리가 돈다. 바로 이정민(36·롯데)이 또 한번 이승엽(39·삼성)이 마련한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라는 목소리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둘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감동이다.

이정민은 ‘56호 허용 투수’라는 꼬리표가 있다. 프로 2년차였던 2003년 10월2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0-2로 뒤진 1회말 첫 타석에서 이승엽에 56호포를 허용했다. 시즌 최종전이었고, 아시아홈런왕을 만들어준 임팩트는 너무나 컸다. 당시 이정민은 5와3분의1이닝을 소화,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오로지 이승엽이 받았다.

작년에도 이정민은 ‘대기록 트라우마’를 다시 겪을 뻔했다. 10월15일 사직 넥센전, 6-7로 뒤진 8회 1사 1루에서 구원등판한 뒤 2사 1, 3루 위기. 타석에는 당시 199안타를 기록 중이던 서건창이 들어섰다. 구장은 술렁였고, 지켜보는 이는 모두가 2003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정민은 3B1S로 몰린 상황에서 잇달아 빠른 공을 던져 유격수 뜬공으로 솎아냈다.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를 노린 타자와 맞붙어 당당히 이겨냈다. 피하지 않았고, 극복해냈다.

2003년 이정민은 프로 2년차 신예투수였지만 12년이 흐른 지금은 어느덧 최고참급의 선수다. 부상과 부진 등으로 좌절도 했지만 그때마다 꿋꿋하게 이겨내고 아직도 롯데 불펜의 중심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해는 부상에서 복귀해 25경기서 1승1패8홀드 평균자책점 2.43으로 맹투를 펼쳤다. 후배들은 ‘회춘투’라고 놀렸고 이정민은 민망한 듯 웃었다.

2∼4일 포항 3연전에서 이정민과 이승엽이 다시 맞붙게 될 수도 있다. 56호 설욕전이 될 수도 있고, 다시 400홈런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12년의 세월이 흘러 현역에서 다시 재회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맙게 느껴진다. 불혹의 홈런타자 이승엽은 차치해도 역시 묵묵히 현역으로 공을 뿌리고 있는 이정민도 훌륭한 투수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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