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명기役…카메라 앞에서도 계속 고민해”
배우 임시완이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 코인 투자 방송을 하는 유튜버 명기를 연기한 소감이다.
임시완은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오징어게임2’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깊은 팬심과 촬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밝혔다.
지난달 26일 오픈한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게임에 참여한 성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의 대립, 그리고 새로운 참가자들이 펼치는 생존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시즌1으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이 재지휘한 작품으로, 이정재와 이병헌, 위하준, 공유,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등이 출연했다.
임시완이 연기한 명기는 잘못된 투자로 자신은 물론, 유튜브 구독자들까지 거액의 손해를 보게 만든 후 빚쟁이와 구독자들을 피해 도망 다니다 게임에 참가하는 인물이다. 임신한 여자친구 준희(조유리)의 연락조차 받지 않고 잠적하지만, 게임이 펼쳐지는 현장에서 구독자였던 래퍼 타노스(최승현·탑), 클럽 MD 출신의 남규(노재원), 준희 등을 마주치며 곤란에 처한다.
임시완은 시즌1의 엄청난 팬이다. 출연 제의가 들어오자마자 한치의 고민도 없이 출연을 확정했다. 그는 “다른 스케줄을 하고 있는 중에 대표님께서 ‘오징어게임2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라며 전화를 주셨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무조건 하겠다’고 답했다. 시즌2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런 찰나에 기회가 와서 이성적 논리보다 팬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세트장을 처음 접했을 때는 ‘아이돌을 보는 팬’의 심정이었다고. “영희가 존재감이 커 마치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아이돌을 보는 느낌이었다. 목이 실제로 돌아가더라. 아이돌의 칼군무를 보는 것 같았다. 기숙사 세트장에선 마치 해리포터 마니아가 해리포터 테마 파크에 놀러 온 느낌이 들었다”며 벅찼던 순간을 떠올렸다.
출연의 기쁨에 비해 맡은 역할은 ‘비호감’ 그 자체였다. 명기는 자신 때문에 돈을 잃었다는 투자자들에게 ‘결국 투자는 본인 선택’이라는 논리로 맞서는가 하면, 임신한 여자친구의 연락도 피했다. 게임장에서 마주친 준희에게 ‘상황이 나아지면 당연히 연락하려고 했다’는 진심을 전하긴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그저 임신한 여자친구를 혼자 둔 나쁜 남자친구로만 비쳤다.
임시완은 “착한 사람인지, 선천적으로 나쁜 사람인지 그것이 모호한 지점에 있게끔 보이는 것이 감독님의 목적이었고, 그것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께서 ‘임시완이라면 명기를 착하게 보이게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그 포인트를 찾으려고 했다”며 “결론을 내린 게 명기는 선택과 실천은 나빴을지언정 선천적으로는 나쁘진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준희에게 ‘찾아가려고 했다’는 말도 진심이었을 거다. 현명하지 못한 나머지 욕심을 비추는 행동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데, 이 결정이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인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인물의 행동이 이해되는 일들은 아니었지만 ‘인간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디렉팅에 촬영하는 내내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고. 그는 “명기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화폐)을 건드리고 심지어 누군가에게 추천을 하고 남의 돈으로 투자까지 한다. 이해되지 않았고, 이런 사람이 나한테 친하게 지내자고 하면 절대 친구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라며 “그럼에도 어떤 사람인지 끝까지 고민하고 물고 늘어졌다. 내 연기가 100점짜리 결과는 아닐지라도 후회 없이 하고 싶었다. 만점짜리 연기는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고민을 다 해소하고 그 해답을 발현하는 거라 생각하는데, 나는 카메라 앞에서도 계속 고민을 했다”고 쉽지 않았던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명기의 이야기는 올해 오픈 예정인 시즌3에서도 이어진다. 살인 게임이 펼쳐지고 내부 반란이 벌어지는 속에도 명기는 어렵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임시완은 “게임 참가자들이 줄어들고 있고, 시즌2 보다는 단체샷이 잡혀도 지분이 클 수 있을 것 같다. 준희와의 관계도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지금까지는 본인만을 위한 선택이 주였다면, 준희와의 관계성을 선택하는 것이 좀 더 많이 생길 거다”라고 귀띔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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