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묘하네요.”
프로야구 LG에 합류한 베테랑 투수 김강률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줄곧 두산에서만 뛴 그는 ‘잠실 라이벌’ 품으로 안겼다. LG는 지난달 13일 자유계약선수(FA)인 김강률과 계약기간 3+1년에 최대 14억원 계약을 맺은 바 있다. 2007년 프로 선수로 첫발을 내디뎠고, 19년 만에 처음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적 후 새해를 맞은 김강률은 8일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새 구단 LG에서의 첫 공식행사를 소화했다. 핀스트라이프 유니폼과 유광점퍼를 입고 잠실 구장에 출근한 하루였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강률은 “늦은 나이에 팀을 옮겼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LG로 온 게 참 묘하다”며 “선수들부터 프런트 직원들까지 평소 오며가며 낯익은 얼굴이 많아 더 그런 기분이 든다”고 웃었다.
새롭게 동료로 마주한 LG 선수들을 향해서는 “팀에 어린 선수가 많은데, 먼저 다가오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먼저 말도 많이 걸고, 많이 다가갈 것”이라고 전했다.
두산에서 데뷔해 18년 세월을 함께했다. 통산 448경기에 등판해 26승14패46세이브56홀드 평균자책점 3.81(476⅔이닝 202자책)의 성적을 남겼다. 그런 팀을 떠나는 건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힘든 고민이었다”고 말한 김강률은 “LG에서 나를 필요로 해준 마음이 가장 컸다. 내가 LG 유니폼을 입게 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팀의 바람대로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타석에서 마주하게 될 전 동료들을 두고는 “(이적 후) 두산 선수들이 모두 아쉬워하면서도 축하해줬다. 올해부터 상대 팀으로 만나게 됐는데, 몇몇 친구들은 웃음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잘 집중해서 승부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때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2022, 2023년 두 시즌 동안 정규리그 58경기 등판에 그친 배경이다.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53경기 2승2패1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3.00(42이닝 14자책)을 기록했다. 이 과정을 돌아본 김강률은 “두산에서 많이 배려해 주신 덕분”이라며 “그간 이어진 잔부상이 2023시즌 초반까지 여파를 미쳤다. 계속 안 좋다가 그해 후반기부터 조금씩 나아졌다. 2024년 역시 천천히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두산에서 신경 써주셨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날 염경엽 LG 감독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김강률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큰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김강률과 김진성, 장현식이 시즌 초 팀의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2년 전 통합우승을 일궈냈던 LG는 다시 한번 왕좌 탈환을 목표로 나아간다.
김강률은 “부담감에 대한 생각은 크게 없다. 프로 선수라면 어느 정도의 부담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아가겠다. 부상도 많았고, 수술도 겪었다. 그럼에도 (FA를 포함해) 불가능해 보였던 것을 다 해냈다. 작년보다 충분히 더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믿는다. 올해 최소 50경기 이상을 등판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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