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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10대, 스포츠 판도 바꾼다

입력 : 2025-01-01 06:00:00 수정 : 2025-01-01 10: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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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양민혁)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지난해 스포츠계가 주목한 단어 중 하나는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이다. 무서운 아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다. 특정 분야서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을 지칭할 때 많이 쓰인다. 특히 겁 없는 10대들에게 시선이 쏠린다. 어린 나이에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경험은 다소 적을지 몰라도, 패기와 자신감으로 중무장했다. 2025년 새해를 맞아 한국 스포츠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갈 그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AP/뉴시스 (반효진)

 

◆ 세계를 놀라게 한 양민혁&반효진&이우진

 

2024년은 양민혁(토트넘 홋스퍼)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생으로, 갓 데뷔한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다. K리그1 전 경기서 12골, 6도움을 작성했다. 출전, 득점, 공격포인트 등 강원 구단의 최연소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K리그1 이달의 선수 1회(7월), 이달의 영플레이어상 5회(4, 5, 6, 7, 10월)에 이어 시즌 영플레이어상까지 거머쥐었다. 시즌 중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계약을 체결했다.

 

사격 반효진(대구체고)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2024 파리하계올림픽 공기소총 여자 100m 금메달리스트다. 총을 잡은 지 3년 만에 일군 성과다. 반효진은 2007년 9월생으로, 생애 첫 올림픽서 역대 하계 올림픽 한국 선수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롭게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1988 서울올림픽 양궁 종목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윤영숙(당시 만 17세)이 가지고 있었다. 끝이 아니다. 대한민국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으로도 이름을 남겼다.

 

사진=뉴시스 (이우진)

 

배구 이우진(베로 발리 몬차·2005년생)의 도전 또한 이목을 끌었다. 한국 선수 최초로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유럽 무대에 직행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이탈리아리그 베로 발리 몬차에 안착했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인턴십 형태였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당당히 정식 선수 계약에 성공했다. 배구 선진국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만큼 기대치가 높다. 침체돼 가는 한국 남자배구를 다시 일으킬 슈퍼스타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진=뉴시스 (정현우)

 

◆ 거침없이, 과감하게, 자신 있게 

 

이들의 공통점이 있을까. 흔히 10대라고 하면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미성숙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다. 대신 거침없다. 긴장감 넘치는 상황 속에서도 담대하다. 반효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리올림픽 결승전서 중국의 황위팅과 숨 막히는 접전을 펼쳤다. 1.3점 앞서다가 동점을 허용, 연장 슛오프까지 치렀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0.1점차 승리를 따냈다. 당시 반효진은 “슛 오프 한 발이 남아 있어 ‘하늘이 금메달 따라고 만들어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목표 지향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집요하게 달려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인다. 일정 수준 이상 만족할 때까지 구슬땀을 흘리는 것은 물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끝없이 연구하고 주변 조언을 찾는다. 매사 자신감이 넘치는 배경이다. 양민혁은 지난 9월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 “나이가 어리다고 주눅 들지 않겠다. 내 장점인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 돌파와 피니시 능력을 최대한 어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정우주)

 

◆ 10대들의 날갯짓, 기대되는 내일

 

흥미로운 대목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대형 루키들이 많다는 점이다. 축구에선 ‘신성’ 윤도영(대전)이 바통을 이어받고자 한다. 양민혁과 같은 2006년생으로, 프로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역시 K리그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경기서 1골 3도움을 기록했다. 앞서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기도 했다. 20세 이하(U-20) 아시안컵 예선에 출전해 북마리아나제도와 아랍에미레이트를 상대로 득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PL 울버햄튼 등이 윤도영을 주시하고 있다.

 

야구에선 정현우(덕수고·2006년생), 정우주(전주고·2006년생)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25 신인드래프트서 나란히 전체 1순위, 2순위로 키움,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메이저리그(MLB) 직행까지 고민했을 정도로 잠재력이 충분하다. 150㎞대 강속구를 아무렇지 않게 던지며 팀 내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유독 많은 유망주들 가운데서도 최상위 순번으로 이름이 불린 이유다. 정현우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선정한 18세 이하부 우수선수에도 뽑혔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윤도영)

당구 김영원(2007년생)은 일찌감치 ‘천재소년’이라 불린다. 지난해 11월 프로당구(PBA)를 제패했다. 남녀 프로당구를 통틀어 최연소 우승자이자 유일한 10대 우승자다. 2022~2023시즌 챌린지 투어(3부)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드림투어(2부)를 거쳐 지난해 1부로 승격했다. 개막전부터 준우승에 오르며 파란을 예고하더니 6차전(NH농협카드 챔피언십)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학업 대신 오로지 당구 한 길만을 걸으며 PBA ‘제2의 부흥’을 일구고 있다는 평가다.

 

새로운 스포츠 스타의 탄생은 언제나 반갑다. 기존 선수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큰 도약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당돌한 10대 어린 선수들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이를 지켜보는 재미 또한 2025년 을사년의 포인트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사진=PBA 제공 (김영원)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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