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대중음악 공연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연이나 팬 사인회 등 한국 대중음악 관련 행사가 잇달아 현지에서 개최되자 중국 당국이 한국 문화 제한 조치를 푸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한령 전면 해제 움직임과는 아직 갈 길이 멀어 중국이 문호를 완전히 개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검정치마, ‘한한령’ 8년 만에 중국서 공연
한국 인디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는 지난 10월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콘서트 ‘틴 트러블스 인 차이나’를 열었다. 검정치마의 중국 현지 공연은 국내에 뒤늦게 알려졌다. 검정치마는 지난 3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공연에 이어 1월1일에는 허난성 정저우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지방정부가 해외 뮤지션의 공연 개최를 승인하는데, 검정치마의 경우 산시성 문화여유청이 지난 8월 30일 공연을 허가했고, 후베이성·허난성 당국도 지난달 공연을 승인했다.
한국 대중음악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연 것은 2016년 사드 배치 문제로 한한령이 발동된 이후 8년여 만이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2016년부터 한국 음악·드라마·영화 등을 제한하는 비공식적 보복 조치 한한령을 적용해왔다. 이후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중음악 가수들의 중국 공연은 허가되지 않았다. 미국 국적 한국계 가수나 배우의 공연이나 영화 출연은 허용됐지만 K-팝을 중심으로 한 한국 국적 가수의 중국 본토 공연은 막혔다.
◆뉴진스 사인회→조수미 공연…‘한한령’ 해제 기대감
검정치마의 공연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5월엔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조수미는 2016년 중국 국립공연예술센터 음악 축제에 참여한 이후 8년 만에 중국 무대에 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세계 3대 소프라노 자격으로 특별무대에 섰던 조수미는 이후 매년 공연을 이어가는 등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2017년 예정됐던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서의 순회공연이 당국으로부터 공연 취소를 통보받았고 그 이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걸그룹 뉴진스는 지난 3월 베이징 팬 사인회를 열었다. 뉴진스는 데뷔한 지 2년 만에 중국 내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인회에는 사전에 선정된 350여명의 중국 열혈팬들이 참석했다. 베이징의 쇼핑몰에서도 대형 전광판에 뉴진스 사진을 띄우며 이들의 방문을 환영했다. 뿐만 아니라 그룹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 또한 지난 2월 베이징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으며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은 중국·일본 음악가들과 함께 지난 4월 공연을 펼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는 청두방송국과 함께 쓰촨성 청두 공연장에서 ‘한중 문화교류를 위한 K-팝 페스티벌’을 5월 개최했다.
◆공연 취소 사례도…中 문호 개방 여부 지켜봐야
이러한 움직임이 한한령 해제로 이어질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이번에 공연을 개최한 검정치마 조휴일의 국적은 미국이다. 중국이 한국 국적의 한국 가수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층 강화된 중국의 자국 문화산업 보호 기조도 여전히 장애물이다.
지난 7월엔 인디밴드 세이수미가 베이징에서 공연을 열기로 해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후 공연이 취소됐다. 당시 정재호 주중대사는 공연이 취소되기 전 “한국 대중가수의 중국 내 공연은 8년 만에 처음”이라며 “우리 대중가수의 중국 내 단독공연이 허가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공연을 불과 3주 앞두고 무산됐다. 한국에 부정적인 당시 일부 중국 여론과 언론의 지나친 관심 등이 공연 취소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중국이 지난달 한국을 무비자 입국 허용 대상에 포함하는 등 한중 관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중국 내 분위기에도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뮤지션의 중국 공연에 이어 한국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중국 내 여론이 변화 조짐을 보인다면 개방 추세가 문화 분야에서 이어질 수 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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