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도 한한령 해제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 게임은 타 콘텐츠 업계보다 현재 많이 완화된 상태다. 중국이 외자판호(외국 게임사의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 게임 수를 확대하는 등 점차 문호를 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넥슨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다양한 게임에서 판호를 획득, 현지 게임 퍼블리싱 및 유통 회사 텐센트 게임즈와 손을 잡고 중국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엔씨는 지난 10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리니지2M’ 판호를 획득했으며, 지난 18일 텐센트 게임즈와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리니지 지식재산권(IP)는 이미 중국에서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리니지2M의 원작인 리니지2는 2004년 중국에 출시돼 현재까지 많은 유저를 거느리며 서비스되고 있다.
넥슨은 2월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대한 판호를 얻었다. 성과도 좋았다. 텐센트 게임즈를 통해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던파 모바일은 당시 중국의 국민 게임 ‘왕자영요’를 누르고 중국 애플 앱스토어와 주요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후 4개월여 만에 누적 매출 10억 달러(약 1조325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던파 모바일의 중국 출시 이후 넥슨의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은 1분기 27%에서 2, 3분기 각각 46%, 42%까지 늘었다. 이에 힘입어 넥슨은 던파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으로 재공략에 나섰다. 지난 9일에는 텐센트와 카잔의 중국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판호 발급 일정은 미정이다.
이외에도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12월), ‘킹오브파이터즈 올스타’(2월), 님블뉴런 ‘이터널 리턴’(12월),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리버스’(12월), ‘라그나로크 온라인’ PC 버전(2월),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10월), 펄어비스 ‘검은사막’ PC 버전(6월), 네오위즈 ‘고양이와 스프’(2월) 등이 중국 정부의 판호를 발급받았다.
그간 잠잠했던 중국과의 교류가 재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중국 정부는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과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K-게임에 대한 외자판호를 거의 발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발급이 늘어났다. 2020년 1건, 2021년 2건 정도였던 외자판호 발급 수가 2022년 8건, 2023년 9건, 올해 10건으로 확대됐다. 한한령 전인 2014~2016년 사이는 48종의 K-게임이 중국이 수출됐다. 중국 내 게임 산업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 정부는 게임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자국 내 게임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게임과 맞서볼 만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닫혔던 문을 조금씩 개방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을 필수 전략 거점으로 여기고 있다. 14억 인구라는 방대한 규모는 물론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게임 시장 매출은 약 3029억 위안(한화 약 57조원)을 기록, 전년 대비 13.95%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국내 게임사 수출액의 3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매력도가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한한령 해지와 함께 게임산업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한한령의 여파로 장기간 중국 진출에 공백이 있었으나 던파 모바일 등 성공 사례를 통해 흥행 가능성을 봤다. 양질의 게임성과 인기있는 IP를 잘 활용한다면 좋은 성과를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미래를 예측한다.
KB증권 이선화 연구원은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 발급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면 K-컬처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완화가 기대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이 2020~2022년 탄압에 가까운 규제를 펼치던 시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며 K-게임의 활발한 중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중국 내에서 확실히 자리 잡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는 물론 현지 규제 등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이 자국 게임 성장에 대해 자신감이 높아진 만큼 계획을 탄탄히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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