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을 가까이서 직접 겪고 현안을 살펴온 황지선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대표는 중국의 한류 금지령 해제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했다.
30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황지선 대표는 업계의 관심인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대해 “7년 동안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은 중국은 현재 많이 변화했으며, 기대처럼 한한령이 완화된다 해도 한국의 태도가 많이 변해야 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황 대표는 한류 금지령이 불기 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의 콘텐츠는 물론 박해진 등 배우의 중국 시장 진출 성공을 이끈 장본인으로, 현재까지도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엔터 전문가다. 드라마 제작자로만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독점 채널 ‘순만두(孙馒嘟)PD’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정책에 맞는 한국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황 대표는 과거 한국과 중국의 콘텐츠 교류가 끊긴 것이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운을 뗐다. 황 대표는 “중국은 대한민국 콘텐츠의 50%를 소비했던 큰 시장이다. 17~18억 인구에 더해 우리나라에만 100만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다. 그 사람들이 소비자였다”며 “한국 배우들도 많이 불렀다. 한한령 전 중국에서 러브콜이 많았던 박해진, 이민호, 김수현 등 톱급 배우들은 작게는 300억, 많게는 700억까지 광고비를 벌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최근에 중국에서 ‘더 글로리’(2022∼2023)가 인기였는데, 복수극에 대한 신선함과 송혜교를 제외한 새로운 신인배우에 대한 궁금증에 많이 본 것 같다. 하지만 다들 불법으로 본 것이라 한국에는 소득이 없었고 광고를 많이 찍곤 했던 송혜교 배우도 현재 중국에서 광고를 찍을 수 없으니 손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의 대응방안과 아쉬움도 토로했다. 중국 방송국 관리에 소홀했고, 투자만을 강요했던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중국에는 방송국이 380개가 있다. 프로그램을 수입해서 송출하는 방송국, 인터넷 TV, OTT 등을 포함해서다. 한한령의 배경엔 그들이 존재한다. 이들과 적당히 타협해 나눌 건 나누는 전략을 세웠어야 했다”며 “과거 한국은 ‘우리 드라마를 잘 만들었으니 방송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제는 그 확률에 베팅할 중국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황 대표는 “매해 나오는 말일뿐이다. 배우 김남주 출연 드라마 ‘미스티’(2018)가 재작년 중국 심의에 통과했고, 편성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방영을 못하게 한다. ‘우리 드라마도 많은데 왜’라는 반응이다. 저작권 협회 등에서 나온 분석을 보면 현재 중국은 드라마를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라며 “한한령이 풀려도 활력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드라마를 살 사람과 시청할 사람이 없으며, 판빙빙 사태(거액의 출연료와 탈세 의혹 등) 후 배우들 출연료, 광고료, 행사료가 표준화돼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 대해 ‘이혼 조정 기간’이라고 정의한 그는 “여전히 K-콘텐츠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우리가 보기 좋은 것을 강요하는 것보다 중국이 보기 좋은 걸 만들고 제시해야 한다. 중국의 취향을 고려하고, 그 지역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 배우들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중국 배우들이나 중국 문화를 받아들여 양국이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파트너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의 중국 진출을 언급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방영된 예능으로, 당시 중국 후난위성 TV가 MBC 측으로부터 프로그램 포맷을 정식 수입해 중국판으로 제작했다. 문화가 잘 맞아 인기를 끌었다. 아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중국 가정 현실에 시사점을 던졌다. 또 중국의 ‘한 자녀 정책’ 시행으로 인해 집안에서 귀하게만 자라는 일명 소황제(小皇帝) 아이들이 다른 출연자들의 아이들과 형, 누나, 동생 등 관계를 형성하며 사회를 배울 수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황 대표는 중국 트렌드에 맞는 ‘중국향 드라마’를 제작하길 권했다. 그는 “중국은 10분 이상의 드라마를 안 본다. 지금 저희 채널도 1분짜리 영상을 300개씩 올린다. 넷플릭스 콘텐츠 중 중국에서 가장 히트한 것들만 봐도 20분이 넘지 않는다”며 “단, 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한한령 이후 지금 중국에서는 1분짜리 클립을 올리는 데도 6시간 심사를 받고 있다. 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제 시장 진출을 도전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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