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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연예인의 정치 참여도 민주사회의 목소리

입력 : 2024-12-29 15:01:36 수정 : 2024-12-29 15: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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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정치 참여는 세계적으로 낯선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냈다. 유럽에서도 예술가와 정치인의 경계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연예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 유독 부정적인 시선이 강하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정치적 견해 표현을 넘어, 그들의 활동과 영향력 자체를 제약하려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왜 한국에서는 연예인의 정치 참여가 이렇게 박하게 평가받을까?

 

한국 사회에서 연예인은 흔히 대중을 즐겁게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대중은 연예인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순간, 마치 ‘본분을 벗어난 행동’처럼 간주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는 연예인에게 중립적이고 무해한 이미지를 요구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에서 비롯된다. 정치적 발언은 곧 논란을 불러오고, 그 논란은 곧 광고 계약이나 상업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광고모델을 하는 회사에 불매운동까지 하기도 한다. 결국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커리어와 수익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하는 구조에 갇히게 된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대중의 정치적 양극화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매우 양극화된 사회다. 연예인이 특정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순간, 지지하는 대중과 반대하는 대중으로 나뉘어 극단적인 반응이 이어진다.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 조직적인 비난이나 보이콧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반응은 연예인의 정치적 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대중의 기대와 반응이 과열되면서 정치적 발언 자체가 연예인의 커리어를 위험에 빠뜨리는 요소로 간주한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침묵이 안전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냥 조용히 하고 있자’로 마무리되고는 한다. 오히려 ‘할 말 없다’라고 말하는 것도 문제가 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과거의 부정적 사례도 이러한 분위기를 강화했다. 한국에서 연예인의 정치 참여는 몇 차례 논란을 겪으면서 실패한 사례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불어 군사 정권 시절 연예인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었던 경험은 연예인의 정치적 목소리에 대한 집단적 거부감을 심화시켰다. 이는 자유로운 의견 표현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조종되는 행위로 비쳤고, 지금까지도 부정적인 선입견을 남기고 있다.

 

미디어와 대중의 이중적 태도도 연예인의 정치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 연예인이 사회적 이슈에 무관심하면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 “나서지 말라”고 제지한다. 특히 팬덤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는 정치적 차이가 개인적 배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팬들은 연예인을 일종의 동료나 친구처럼 여기며 동일시하기 때문에 정치적 견해 차이는 감정적인 분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연예인의 정치 참여는 영원히 어려운 일일까?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최근에는 환경 보호, 페미니즘, 사회적 약자 지원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참여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글로벌 K-팝 스타들이 해외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을 경험하면서 그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BTS는 유엔에서 연설하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이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단, 국익을 위한 정치적 목소리만이 허용되는 범위인 것 같다.

 

한국 사회가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을 폭넓게 수용하려면 대중의 정치적 성숙도가 높아져야 한다. 연예인의 정치적 참여가 그들의 개인적 신념과 자유의 표현임을 인정하고, 이를 지나치게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연예인은 대중과 가장 밀접하게 소통하는 직업군 중 하나다. 그들의 정치적 참여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때로는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연예인을 단순한 오락 제공자로 한정 짓는 문화가 여전히 강하다. 이제는 연예인의 정치적 참여를 경계와 비판의 시선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들의 발언과 행동이 민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 중 하나임을 인정해야 한다. 연예인도 사회의 일부이며,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한다면, 한국에서도 더 많은 연예인이 정치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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