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우리들을 찾아올 것 같았던 산타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낸 연준의장 제롬 파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지난 12월, 투자자들의 심장은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저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라며 산타랠리를 외쳤다. 실제로 그러해 보였다. 엄청난 상승을 보였던 테슬라를 필두로 여러 기술주들은 연말이 시작되는 12월에 신고가를 달성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산타랠리란 12월말에서 1월초 사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시장은 온통 낙관론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산타 대신 파월이 나타났다.
그는 마치 투자자들에게 스크루지 영감 같았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악몽처럼,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발언을 꺼냈다. “금리를 더 오래, 더 높게 유지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시장의 기대를 무참히 깨부수며 투자자들의 흥을 꺾어버렸다. 달력을 보고 “산타”를 외치던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산타는커녕 악몽을 선물하며 금리의 매운맛만 남았다.
파월의 논리는 단순 명쾌하다.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이었다. 그는 끝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며 시장을 압박했다. “물가 상승률이 잡히지 않는 한 우리는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은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과연 이 정책이 정당한가?’라는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 당장 다음 금리 인상폭이 얼마일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오래갈지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다.
시장은 심리로 움직인다. ‘경제학을 이기는 학문은 심리학뿐이다’라는 말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해준 것이다. 그리고 이 심리를 철저히 꺾어버린 연준 의장의 태도는 마치 한 방 제대로 먹이는 권투 선수와 같았다. 투자자들의 머릿속엔 파월의 메시지가 자리 잡았다.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금리 동결? 혹은 인하? 이런 기대는 꿈도 꾸지 말라는 신호였다. 한때 모두가 “금리 피크는 올해가 끝이다”라고 외치던 시점에서, 그의 메시지는 시장의 기대를 전면적으로 반박한 셈이다. 뒤통수를 하도 세게 얻어맞아 아직도 얼얼함을 감출 수가 없다.
당연히 이러한 태도는 주식 투자자들뿐 아니라 채권 시장,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도 파급효과를 미쳤다. 금리가 높으면 부채를 떠안기 힘들어진다. 기업들도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 이런 환경에서 산타랠리를 기대하는 것은 ‘눈 오는 날 반팔 입고 나가는 것’과 다름없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차갑고 냉철하게 행동했다.
결국 산타랠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었다. 이번 시즌은 파월의 금리 랠리로 막을 내린 것이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고 파월의 매서운 메시지는 분명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이다. 산타랠리를 기다리던 투자자들은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메시지는 확실하다. ‘내년에나 다시 도전해 봐라’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파월이 또 한 번 한 대 치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한 시장은 그가 준 교훈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역시 시장은 만만치가 않다. 조금이라도 상승에 거만해지려던 찰나 까불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준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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