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AOA의 센터였던 배우 김설현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에서도 센터이자 중심이었다. 설현의 등장이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이지영이라는 인물이 원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캐릭터인 만큼 어깨가 그만큼 막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르물 도전에 나선 1회부터 설현은 긴 머리와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고 버스 정류장에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이지영이 풍기는 음산한 분위기와 미스터리는 공포가 주된 요소였던 4회까지의 ‘조명가게’ 톤을 유지시킨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흥행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배우로서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활약이 어느 때보다 빛나는 가운데 설현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조명가게’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지영이라는 캐릭터의 막중한 임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설현은 “지영이의 모습 자체가 ‘조명가게’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책임감이나 부담감도 있었는데 화면으로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무섭게 나온 것 같아서 좋았다”고 작품 공개 후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표현할 걸 그랬나’, ‘더 가볍게 할 걸 그랬나’ 이런 생각은 들었지만 감독님은 지금이 딱 좋다고 말씀해 주시더라”라고 덧붙였다.
‘조명가게’는 배우 김희원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도 설현은 김희원에게 연기 조언을 물어볼 정도로 존경하고 의지하는 연기 선배였다. 설현은 “배우로서 함께 해 본 적은 없어서 배우로서의 감독님dl 현장에서 어떠신지 잘 모르긴 하지만 같이 작업해본 선배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감독님께서 배우일 때도 워낙 연출적인 시각으로 연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있으셨다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출가가 배역, 연기를 같이 고민해 주는 경우는 사실 많이 없다.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모든 배역을 본인이 다 연기를 해보시고 같이 고민해 주신다. 이런 점이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김희원에게 감사를 전했다. 또한 “현장에서 본인이 불편하셨던 부분들을 굉장히 많이 개선하시려고 노력하셨다”며 “프리 프로덕션도 굉장히 오래 진행해서 한 회차도 (촬영이)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었다고 들었다. 준비도 많이 하시고 현장에서 배려도 많이 해주셔서 정확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4화까지는 이지영의 서사가 풀리지 않은 채 공포감을 조성한다. 5화부터는 이지영과 연인 김현민(엄태구)의 과거 사연이 하나둘 공개되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설현은 “4화까지는 누가 봐도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게끔 분위기를 조성해야 됐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1인 2역을 한 것처럼 다른 감정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극 중 이지영과 김현민은 사랑하는 사이지만 김현민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이지영 또한 이 여파로 세상을 떠난다. 설현은 “지영이한테 현민이라는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었다. 나를 사랑해 주고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영이는 가족도 없고 어울리는 사람도 없고 유일하게 어울리는 사람이 현민이 뿐”이라며 “지영이한테 중요한 의미였기 때문에 지영이가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엔딩에서 이지영의 선택을 비롯해 둘 사이의 서사에는 많은 해석이 뒤따른다. 조명가게 세계관 안에서 김현민은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상대 인물을 기록하지 못한다. 이지영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김현민을 돕다가도 끝내 서러움을 토로하며 그가 자신의 조명을 찾게 만들어 이승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면서도 끝내 서운함을 털어내지 못하고 편안하게 눈을 감는 대신 이승의 김현민을 찾아가며 마지막을 장식한다.
설현은 현민이 지영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제가 해석하기로는 지영과 현민이 기울어진 사랑이었던 것 같고 지영이도 그렇게 믿었던 것 같다. 그렇게 믿고 ‘현민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엔딩에서 현민을 찾아간 이유를 두고는 원망 때문만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원망의 감정도 물론 있지만 원망만 하는 건 아니고 지영이는 어쨌든 현민이를 살리기 위해서 그 먼 길을 달려온 건데 현민이를 보내고 나니 허탈함과 공허함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서 달려왔는데 그 목표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없어지니까 허전한 마음이 좀 컸었던 것 같다”며 “나중에 현민이를 따라가는 것도 화가 나서 복수를 하려고 따라간 게 아니라 그냥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따라간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자신의 해석을 내놨다.
그렇다면 엔딩 이후 현민과 지영은 어떻게 지내게 될까. 설현은 “저도 지금 처음 해보는 생각”이라고 고심하더니 “계속 괴로워하지 않을까요? 현민은 지영을 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안 되고 계속 괴로워하는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지영이도 보고 싶어서 (현민을) 따라왔다고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행복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고등학생 때 데뷔해 올해 어느덧 30세가 된 설현. 그는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다. 올해 별다른 목표 없이 건강하자는 목표만 가지고 시작을 했었는데 목표 잘 지킨 것 같고 즐겁게 보냈다. ‘조명가게’로 인해서 좋은 인연도 만나고 잘 쉬기도 하고 연기에 대해 많이 생각도 해보고 저를 뒤돌아볼 수 있었던 해였다”고 올해를 평가했다.
내년 계획에 대해선 “다음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그 작품 잘 소화해내고 싶다. 또 팬들이랑 만날 기회가 자주 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작품으로만 만나게 되니까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은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하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 팬미팅도 너무 하고 싶다. 팬들이랑 소통을 한 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 할 의향이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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