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걸렸네요.”
유격수 박찬호(KIA)가 생애 첫 황금장갑을 품었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쏠(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서 유격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총 유효표 288표 가운데 154표(53.5%)를 얻었다. 박성한(SSG·118표·41.0%)을 36표 차로 제쳤다. 박찬호는 “드디어 이 자리에 오르게 됐다”고 운을 뗀 뒤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재능을 가진 선수로서 참 오래 걸렸다. 그간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격수는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부문이다. 두 자원 모두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박찬호는 134경기서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를 작성했다. 박성한은 137경기에 나서 타율 0.301(489타수 147안타) 10홈런 67타점 78득점 13도루를 기록했다. 워낙 성적이 비슷해 수상자를 점치기가 쉽지 않은 상황. 박찬호는 우승 프리미엄, 박성한은 국가대표 프리미엄이 붙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그래도 서로를 향한 존중은 진짜다. 이날 박찬호와 박성한은 나란히 시상식에 참여해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박찬호는 박성한의 이름에 “공격적인 측면에선 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말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박성한 역시 마찬가지. “(박)찬호 형은 야구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다. 자기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서로 축하하겠다”고 입 모아 말하기도 했다.
개인 성적에 우승까지.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박찬호는 “올 시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것 같다. 우승도 했고, 유격수로서 받을 수 있는 상도 많이 받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절대 안주하고 않고, 자만하지 않고, 내년에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팬들을 향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어느 구장을 가더라도 원정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열성적으로 응원해준 팬들이 있어 우승까지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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