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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정몽규, 정국 혼란은 호재? 체육계의 탄식… 이대로 개혁 기회 놓치나

입력 : 2024-12-11 15:43:32 수정 : 2024-12-11 15: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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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사진 왼쪽),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진=뉴시스

“판세를 뒤집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대한민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체육계가 연일 탄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작금의 체육계 논란 중심에 선 두 인물,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임 도전을 나란히 앞둔 두 단체장이 정국 혼란 속 뜻밖의 호재를 안았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자칫 어렵게 찾아온 체육 개혁의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제40·41대 대한체육회장을 재임한 이기흥 회장은 각종 비위 의혹에도 불구하고 3선에 도전한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부정채용, 금품수수,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고, 검찰 또한 진천선수촌 입찰비리와 관련해 이 회장의 최측근들을 조사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임기 연장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으로 동아줄이 생길 전망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부는 그간 이 회장을 향해 많은 견제구를 날렸다. 올해 들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대립 구도도 심화됐다. 문체부는 지난 7월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급되는 종목 및 지방 체육회 예산을 직접 교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간 약 4200억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대한체육회에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유 장관은 “체육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또한 문체부는 이 회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곧바로 직무정지를 통보한 바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사진 왼쪽)이 2024 파리올림픽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윤 정부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 회장에게 이보다 좋은 호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회장은 그동안 정부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았다. 그 족쇄가 없어지는 순간, 큰 날개를 다는 격이 된다”고 전했다.

 

3선 도전을 앞둔 이 회장은 체육계 안팎의 비판에도 ‘두문불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1월14일 예정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서 단연 선두주자로 꼽힌다. 앞 관계자는 “현재 8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있지만, 이 회장이 계속 다져놓은 체육계 내부의 네트워크는 정말 강력하다. 그 아성을 뛰어넘을 대항마가 등장해 판세를 뒤집는 건 좀처럼 쉽지 않을 듯싶다”고 덧붙였다.

 

2024 파리 올림픽 직후 각종 병폐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한국 스포츠계를 향해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이제라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아졌다. 최근 개혁의 대상으로 떠오른 대한축구협회도 마찬가지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부터 홍명보 현 감독까지,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이 논란을 빚어 국정감사 도마 위에도 오른 바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축구협회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한 문체부는 감독 선임 절차를 부적정하게 운영한 책임을 물어 정몽규 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수장은 꿋꿋하게 4선 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개혁의 동력을 잃었다는 점이 뼈 아프다.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체육계 개혁을 향한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더 큰 이슈가 발생했다. 일단 정국이 안정되는 게 가장 시급하다. 또 현시점 체육계 수장들을 겨냥한 그 어떤 수사도 쉽사리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단체장 모두 선거 전에 별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3선 터줏대감인 정 회장에 맞서 허정무 전 프로축구 대전 이사장,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가 차례대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상황은 여의찮다. 두 후보 모두 반전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 교수는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의 경우, 정몽규 현 회장을 압도할 만한 후보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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