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천재의 돌풍을 잠재우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바둑 여제’ 최정 9단은 10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일본)과의 제8회 해성 여자기성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15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종합 전적 2승1패를 거두며 영광의 우승 타이틀을 획득했다.
한국 여자바둑 1인자로 불리는 최 9단과 2009년생의 ‘천재 소녀’ 스미레 3단의 맞대결로 일찌감치 큰 화제를 몰고 왔던 결승 매치업, 짜릿한 뒤집기가 시리즈의 키워드가 됐다.
최 9단은 지난 3일 열린 1국에서 스미레 3단에 일격을 맞아 궁지에 몰렸다. 상대 3연승 행진을 달리다 허용한 1패였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9일 속행된 2국에서 역전에 역전이 이어진 시소 싸움 끝에 백 2집 반 승을 거둬 기어코 균형을 맞췄다.
모든 승부가 걸린 최종 3국에서 또 힘을 냈다. 중반 우변 전투부터 득점을 올리며 앞서간 후, 강수를 둬가며 상대를 코너로 몰았다. 결국 상대 대마를 몰살시키며 화끈한 승리로 우승 마침표를 찍었다.
최 9단의 여자기성전 다섯 번째 우승이다. 지난 2·3·4·6회 대회의 뒤를 이으며 최대 우승 상금 5000만원을 챙겼다. 2010년 입단 이후 개인 통산 33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최 9단은 “결승 3번기 중에서 오늘(10일) 바둑 내용이 가장 좋았다. 제가 잘 두는 스타일로 포석이 짜여 편하게 둘 수 있었다”며 “2국에서 느슨하게 두다 역전을 당해 오늘은 치열하게 두자고 생각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스미레 3단은 이적 초기에 비해 엄청난 성장을 이룬 것 같다. 아직 어린 기사인 만큼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예측조차 어렵다. 후배들과의 대결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하다”며 상대를 향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한편, 스미레 3단에게는 이번 여자기성전이 지난 3월 한국기원 이적 후 첫 우승에 도전했던 무대다. 지난 6월 제7회 국제바둑춘향 선발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비공식 대회로 한국기원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번 무대에서 우승 갈증을 풀고자 했던 스미레 3단은 최 9단을 위협할 정도의 가파른 성장을 보여주며 눈도장을 찍었다.
염원하던 우승 타이틀 획득은 다음을 기약한다. 스미레 3단은 12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제29회 하림배 여자국수전 결승 3번기에서 김채영 9단에 맞서 마수걸이 우승에 재차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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