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팀 8색’의 반상(盤上) 전쟁, 막을 올린다.
한국기원은 9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에서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오프닝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8개 팀의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자리를 채워 새 시즌을 향한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최강’ 신진서의 자신감
감독 및 선수 그리고 팬들이 입을 모은 유력한 우승 후보는 바로 신진서 9단이 버티는 GS칼텍스였다. 8개 팀이 참여한 우승후보 투표에서 ‘디펜딩 챔피언’ 울산 고려아연과 함께 3표를 받아 공동 1위에 올랐다. 사전진행된 팬 설문조사에서도 33%의 득표율로 고려아연(21%)을 제치고 우승후보 1위에 이름을 실었다.
김영환 GS칼텍스 감독은 “2022∼2023시즌 우승 후, 지난 시즌은 아쉬움이 남았다. 올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해야 한다”며 “우승 후보로 우리를 많이 뽑아주셨는데, 그에 보답할 수 있는 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을 넘어 한국 바둑, 세계 바둑을 대표하는 신진서 9단은 “다른 팀 선수들이 ‘우리 팀원들이 잘하니까 나만 잘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다르다. 제가 잘할 것 같다. 팀원들만 잘해준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쾌한 출사표를 읊었다.
대항마로는 2연패를 노리는 고려아연과 지난 시즌 정규시즌 1위에 올랐던 원익이 자리했다. 우승 전력을 유지한 고려아연의 박승화 감독은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과 다시 함께 해 기쁘다. 목표는 당연히 2연패”라고 말했다.
지난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배를 들이킨 원익의 이희성 감독은 “작년은 아쉬운 결과가 남았다. 올해는 큰 변화를 줬다. 모험적인 선수단 구성이다. 이유는 단 하나, 우승을 위해서다. 지난 아쉬움을 반드시 씻겠다”고 힘줘 말했다.
◆‘초속기’
이번 KB바둑리그의 관전포인트는 일찌감치 예고된 ‘대격변’이다. 에이스결정전을 폐지하고 5판3선승제로 돌아갔다. 또한 매 경기 1국 선수만 먼저 공개되고, 2국부터는 매판 종료 후에 후발 주자를 공개하도록 규정이 바뀌면서 경기의 긴박감과 재미가 올라갈 전망이다.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과감하게 도입한 ‘10초 피셔’의 초속기 규정이다. 제한 시간 각자 1분에 1수당 추가시간 10초를 부여해 장고 대국을 완전히 제한했다. 빨라지는 현대 스포츠 트렌드를 반영해 대국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큰 변화다. 지난 선수 선발식에서 속기 기사들의 가치가 크게 올라갔던 배경이다. 다가올 대국에서는 선수들의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체크해 팬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전 포인트도 추가될 예정이다.
원익의 박정환 9단은 “초속기로 바뀌면서 리그 적응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시즌을 내다보며 “제가 워낙 새가슴이라 심박수가 가장 빠르게 나올 것 같다. 가장 차가울 것 같은 선수는 뒤에서 저를 차갑게 쳐다보고 있는 신진서 선수”라는 유쾌한 한마디로 현장을 웃음바다에 빠뜨리기도 했다. 수려한합천의 김명훈 9단도 “우리 팀의 평균 연령이 가장 젊은 만큼, 초속기에 강할 것이다.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팬 프렌들리
지난 시즌 처음으로 바둑 팬들과 함께 했던 이번 행사는 올해도 20명의 팬들을 현장에 초청했다. 기존 계획인 10명에서 2배 증원해 뜻깊은 시간을 공유했다. 팬들은 원하는 선수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한옥마을 전주의 원성진 9단은 현장을 찾은 한 어린이 팬으로부터 자신의 별명 ‘원펀치’를 딴 복싱 글러브를 선물 받아 특별한 기념촬영에 나서는 즐거운 소통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KB바둑리그는 오는 12일 원익과 영림프라임창호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5개월 대장정에 들어간다. 우승상금은 2억5000만원이다. 상금과 별개로 정규리그 승리팀에는 1400만원, 패배팀에는 700만원의 대국료가 책정됐다.
강남=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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