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2’의 러닝타임은 148분으로 2시간28분이다. 숏폼에 익숙해진 관객의 몸이 견딜 수 있을까. 대답은 예스). ‘타이타닉’ 194분, ‘아바타’ 162분, ‘아바타2’는 188분이었다. 결국 상업 영화의 미덕은 재미와 볼거리다. “같은 티켓값이라면 긴 영화를 보는 게 좋지 않으냐”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24년 만에 슈퍼 IP(지식재산권)로 불리는 ‘글래디에이터’가 돌아왔다. 지난달 13일 개봉해 누적관객수 100만명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2일 현재 월드와이드 수익은 2억2100만 달러(한화 3086억2600만원)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2편은 1편의 영웅이자 로마 최고의 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우)가 콜로세움에서 죽음을 맞이한 뒤 20여년이 흐른 후의 이야기다. 스크린 속 로마 제국은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영토 확장엔 성공했으나 쌍둥이 황제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와 게타(조셉 퀸)의 폭압은 날이 갈수록 도를 지나친다. 사치와 퇴폐·향락, 전쟁의 광기에 휩싸여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자유로운 나라 ‘로마의 꿈’은 잊힌 지 오래다.
한편 루시우스(폴 메스칼)는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장군이 이끄는 로마군에 대패한 후 모든 것을 잃고 노예로 팔려온다. 아내를 잃고 로마를 향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그는 강한 권력욕을 지닌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의 눈에 띄어 검투사로 발탁, 콜로세움에서 승승장구하며 오히려 로마 시민의 인기를 얻게 된다. 이런 가운데 아카시우스 장군은 루실라(코니 닐슨) 공주와 원로원을 모아 쌍둥이 황제를 몰아낼 혁명을 은밀히 준비한다. 각자의 목적과 복수, 욕망과 대의가 뒤섞여 흥미진진하다.
글래디에이터2의 줄거리를 한 줄로 설명하면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주인공이 아버지의 정신을 계승하고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모든 장면과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먼저 개성과 매력으로 중무장한 캐릭터 군단이다. 주인공 루시우스는 거칠고 야성적인 남성성과 폭발적인 전투력으로 청소년관람불가 검술 액션을 완성한다. 쌍둥이 황제 카라칼라와 게타는 그간 보지 못한 비정상적 황제 콤비다. 누군가를 앞세워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려는 마크리누스의 서사도 소름이 끼친다. 이외에도 리들리 감독은 모든 캐릭터에 역할을 부여, 유기적인 서사를 완성했다.
다음은 빼놓을 수 없는 액션신이다. 죽기 살기로 싸운다는 말이 떠오른다. 2024년 최고의 액션신이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로로 끌려온 루시우스가 굶주린 개코원숭이 부대와 치르는 결투, 사람 몸의 6배에 달하는 코뿔소와 마주한 검투 액션 등 사람이 아닌 생명체들과 싸우는 장면들도 볼거리다. 8~12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실제 경기장에 있는 듯한 긴장감을 전달한다. 타격감과 박진감이 전편 못지않다.
특히 식인 상어와 물을 가득 채운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해상 전투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완벽한 프로덕션으로 탄생한 콜로세움 해상 전투는 루시우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통해 영화 속 전율을 안겨주는 순간으로 회자한다. 안 볼 이유가 없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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