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은반을 떠났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이해인(고려대)이 컴백과 동시에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하며 눈물을 흘렸다.
성공적인 복귀다. 이해인은 지난 1일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4 KB금융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여자 싱글에서 최종 총점 190.64점으로 5위를 기록했다.
규정상 대회 상위 3명에게만 4대륙선수권 티켓이 주어진다. 다만 만 17세 이하 출전 제한(올해 7월1일 기준)이라는 ISU 규정에 따라 이번 대회 2위 신지아(세화여고)와 3위 김유성(평촌중)은 출전할 수 없다. 이에 4위 윤아선(수리고)과 이해인이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이해인의 빙판 복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해인은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숙소에서 음주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성년자 후배 이성 선수에게 애정 행위를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자체 조사 후 3년 자격정지를 내렸다.
이해인의 입장은 달랐다. 음주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추행에 대해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성 선수와 과거 연인 관계였으며, 성적 행위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으로부터 가처분 인용 판결을 받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먼저 고개를 숙였다. 연기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선 이해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입장문을 천천히 읽어내렸다. 그는 “복귀 무대에 설 수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부족함으로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정말 많이 힘들었고,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순간도 많았다. 많은 분의 응원에 힘을 냈고, 감사함을 전달하고 싶어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순간 빙판 위에 서서 눈물 흘린 이해인. 천신만고 끝에 복귀한 무대서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울컥하기도 했으나 보답하기 위해 실수 없이 연기를 마쳤다. 어렵게 복귀한 만큼 더 성숙해질 것을 약속한다. 그는 “이번 복귀전은 단순한 하나의 경기가 아니라 새로운 각오의 출발점”이라며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 국가대표라는 소중한 자리를 다시 얻어 그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는 선수가 되겠다. 두 번 다시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처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연맹과 대립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이해인은 “연맹과의 갈등을 절대 원하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억울하고 답답한 부분을 호소하느라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이 생겨 유감스럽다. 앞으로는 빙상계를 위해 더욱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재차 머리를 숙였다.
이해인의 징계 무효 확인 본안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다시 빙판에 서게 된 만큼 마음을 다잡는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시 달린다.
한편 여자 싱글에서 김채연(수리고)이 총점 213.51점을 받아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싱글에선 총점 264.59점을 기록한 차준환(고려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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