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사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방불케 하는 진풍경을 뽐냈다.
프로야구 KIA가 본고장 광주에서 카퍼레이드를 통해 12번째 우승의 환희를 재차 만끽했다. 쌀쌀한 겨울 날씨에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이범호 감독을 필두로 한 선수단이 팬들, 시민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면서 뜻깊은 시간을 함께한 덕분이다.
말 그대로 ‘축제’였다. 한 도시가 들썩였을 정도다. 행진은 3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가역에서부터 5·18 민주광장까지 1.2㎞ 구간을 30분여간 이어졌다. 광주시청에 따르면, 무려 1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산된다.
주장 나성범부터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 김선빈, 정규리그 MVP 김도영 등 V12 주역들이 총출동했다. 호랑이 군단 선수단이 2층 버스에 올라 도심 속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무엇보다, 35년 만에 진행된 우승 기념 카퍼레이드다. 이는 전신 해태 시절인 1989년 이후 처음이다. KIA 관계자는 “광주시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구단에 제안했기에 성사될 수 있었다”며 “(광주시와 구단) 양측이 모두 공감한 게 있다. 홈 광주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만 해도 정말 오랜만이다. 우리가 받은 사랑들을 시민들께 돌려드리고,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만큼 일정 조율에도 크게 신경을 기울였다. 열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30일 하루에만 카 퍼레이드와 팬 행사인 ‘V12 타이거즈 페스타’를 연달아 연 배경이다.
카퍼레이드 종료 지점인 5·18 민주광장에서는 별도의 축하 행사가 진행됐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 감독과 최준영 KIA 대표이사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후 팬들 앞에 선 이 감독은 “오늘 카퍼레이드에 오면서 선수들과 걱정한 게 ‘팬들께서 많이 안 오시면 어떡하나’였다”며 구름떼 인파에 혀를 내둘렀다.
이어 “팬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팬들 덕분에 올 시즌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25시즌에도 최선을 다해서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약속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베테랑 내야수 김선빈 역시 “내년에도 카 퍼레이드를 또 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카퍼레이드 종료 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V12 타이거즈 페스타 행사에는 선수단 전원 및 팬 5000명이 참석해 또 한 번 우승의 기쁨을 공유했다. 통산 12번째 우승을 일궈낸 KIA 선수단이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축제의 장이었다.
팬 사인회, 우승 트로피 포토존 등 사전 행사부터 시작해 우승 트로피를 든 선수단의 입장, 왕좌 세레머니, 선수단 감사 인사,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 다시 외치는 한국시리즈 응원전, 호랑이가족 한마당, 이보람과 아일릿, 다이나믹 듀오 등 유명 가수들의 축하 공연 등이 펼쳐졌다. 그중에서도 선수들의 장기자랑 시간이 큰 이목을 끌었다. 특히 김도영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MVP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로 분장해 ‘푸른 산호초’를 부르는 등 팬들을 즐겁게 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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