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걸 보고 느낀 대회였습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돌직구’ 듀오 박영현(KT), 김택연(두산)의 이구동성이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서 끝내 조별리그 탈락의 아쉬움을 경험하고 말았다. 부푼 마음으로 임했기에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마운드 위 담대한 심장을 자랑하는 둘이기에 가능했을까. 무거웠던 마음을 빠르게 털어낸 뒤 다음 국제대회를 향해 강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다. 또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바로 2년 뒤 열리는 2026 제6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다.
쓰라린 기억 속에서 또렷한 교훈을 찾았다. 프로야구 한 해 결실을 수확하는 자리에서조차 마음을 되새긴 게 대표적이다.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 시상식에 오른 박영현과 김택연은 각각 승률왕, 신인왕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취재진을 만나 수상의 기쁨을 드러낸 것은 잠시, 두 선수 모두 최근 막을 내렸던 프리미어12를 마친 소회를 밝혔다.
부동의 대표팀 마무리로 활약한 박영현은 3경기 1세이브 6탈삼진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커다란 훈장으로 남았다. 그는 “류중일 감독님께서 ‘네가 가장 좋아서 마무리로 쓴다’고 해주신 게 기억난다. 덕분에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내로라하는 필승조들 사이 단연 돋보였다. 김택연부터 유영찬(LG)까지 선·후배 할 것 없이 동료들도 엄지를 치켜세웠을 정도다. 박영현은 “마무리를 맡고 있는 선수가 이번 대표팀에 많았는데, (유)영찬이 형을 비롯해 선배들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다들 내 구위를 인정하면서 ‘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해준 게 자신감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표팀 막내 김택연은 난조에 시달렸다. 프리미어12서 3경기 동안 아웃카운트 4개를 잡은 가운데 2피홈런 3실점 아픔을 겪었다. 선수 본인은 “큰 교훈을 얻었기에 의미 있는 국제대회로 기억할 것”이라며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상대 타자들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과감한 승부를 이어갔다. 그게 다 맞아 나가더라. 여전히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대로 침체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을 찾았다고 미소 짓는 열아홉 루키다. “내게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의미”라면서 “대회 결과를 안 좋게만 생각하지 않고, 그다음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2년 뒤 WBC 출전을 꿈꾼다. 올해 국가대표 마무리로 각성한 박영현은 “도미니카공화국(조별리그 B조), 베네수엘라(A조)가 야구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특히 베네수엘라 선수들이랑 한번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마무리 자리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욕심은 없다. 2년 뒤에도 (김)택연이, (조)병현이 형(SSG) 등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대표팀 승선, 보직 등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일단 가서 잘해보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택연 역시 “(2026 WBC에) 당연히 나가고 싶다”면서 “프리미어12서 안 좋았던 모습을 만회할 기회다.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충분히 더 발전할 수 있다. 또 대만이 우승하는 걸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고, 우리나라가 약하지 않다는 걸 (전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대표팀에 다시 뽑힐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