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다.
프로야구 두산의 외야수 추재현이 다시 출발선 앞에 선다. 지난 22일 2대 3 트레이드를 통해 전 소속팀 롯데에서 외야수 김민석·추재현과 함께 두산으로 이적했다. 구단 관계자는 “빼어난 선구안이 장점으로 외야진 뎁스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추재현을 소개한 바 있다.
1999년생 좌투좌타 추재현은 2018년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8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해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년 뒤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 합류했다. 1군 통산 144경기 타율 0.238(345타수 82안타) 5홈런 31타점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증명할 것이 적은 편이다. 롯데,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활약하면서 통산 403경기 타율 0.304(1358타수 413안타)를 기록했을 정도다.
투수 출신으로 강한 어깨를 앞세워 코너 외야에서 저격수 역할도 십분 가능한 자원이다. 타격에서도 컨택 및 선구안 매력이 뚜렷하다. 1군에서 한 차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적이 있다. 바로 2021년이다. 그해 정규리그 95경기(타율 0.252)를 출전한 가운데 전반기에만 타율 0.288(139타수 40안타) 4홈런에 OPS(출루율+장타율)도 0.812를 마크하는 등 돋보이는 모습을 남겼다.
그 기세를 재현하지 못한 채 유니폼을 바꿔입게 됐다. 어린 나이에 벌써 두 번째 트레이드, 그럼에도 스스로를 향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24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4 곰들의 모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추재현은 “두산이 나를 좋게 평가했고, 또 필요로 했기 때문에 데려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해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 첫 번째 트레이드는 마냥 어렸다면, 지금은 군문제도 해결해서 내겐 더 좋은 계기가 될 듯싶다”고 밝혔다.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두산이기에 기분이 남다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추재현은 경수초(성동구리틀)-건대부중-신일고를 졸업한 이다. 어린 시절 첫 야구장 관람은 물론이고, 가장 많이 온 곳 역시 잠실야구장인 까닭이다. 그는 “중·고등학생 때 이곳에 참 많이 왔는데, 두산이 정말 강할 때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고 웃었다.
상무 제대 후 예기치 못한 부상에 고개를 숙였다. 손등에 공을 맞았다. 짧은 시간이나마 잔여 시즌 1군 무대 활약을 꿈꿨기에 그 실망감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회복을 마친 상태, 추재현은 “몸 상태는 다 괜찮고, 모든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외쳤다.
기대되는 만남이 많다. 동갑내기인 곽빈, 김민규가 대표적이다. 특히 김민규의 경우 농담 섞인 조언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추재현은 “혹시나 팀 분위기가 어떤지 물어봤는데, (김)민규가 무서운 팀이 아니라고 긴장 풀라고 격려해 줘서 의지가 됐다”고 미소 지었다. 신일고 선배인 양석환도 먼저 다가가 학연을 통해 ‘신입’을 반겼다는 후문이다.
새 보금자리, 등번호는 36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 소속팀 롯데서 군입대 전 3시즌(2020∼2022년) 동안 썼던 번호다. 두산에서는 자의 반 타의 반이다. 추재현은 “선배들께서 36번 자리에 내 이름을 이미 써놓으셨더라. 한국야구 전설이신 이승엽 감독님을 상징하는 번호이기도 해서 마음이 간다. 배번 주인이 후배 임종성인데, 상의한 다음에 결정될 듯싶다”고 했다.
어느덧 두 번이나 팀을 옮겼다. 이제는 자리를 잡고자 한다. 추재현은 끝으로 “롯데 팬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다만, 프로 선수인 만큼 이젠 적으로 만난다. 두산에서 열심히 잘하겠다. 새 팀에서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두산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