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더십이 현대家(가) 스포츠 왕좌를 구축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프로야구 정상에 오른 KIA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프로축구 울산HD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양대산맥인 야구와 축구가 대장정을 모두 마쳤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건 KIA, 프로축구 K리그1에선 울산HD다. KIA는 해태 인수 후 3번째 통합우승을 이뤘고, 울산은 구단 최초 리그 3연패 트로피를 들었다. 구단과 함께 모기업들의 노하우와 역량, 지원이 힘을 발휘한 결과다.
아낌없이, 꾸준히 지원했다. 2009년 KIA가 첫 통합 우승을 거둘 당시 정의선 회장은 정식 구단주가 아니었음에도 나서서 지원을 약속했다. 선수단을 직접 찾아 격려하고 인프라 개선을 약속했다. 2군 선수를 위한 전용 구장 ‘기아 챌린저스필드’ 건립을 위해 250억원을 투입했고, 노후화된 무등구장을 대체하기 위해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지었다. 2017년, 2024년 KIA가 또 한번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직을 맡으며, 세계 최고의 한국 양궁을 만들어내고 있다. 양궁 과학화 기반 경기력 향상,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한국양궁 국제 위상 강화 등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반 여건 개선 등에 힘썼다. 그 결과 한국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프로축구 울산도 마찬가지다. 매년 우승에 실패해도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는 계속됐다. 3연패 시작이었던 2022년에 김영권·엄원상, 2023년엔 주민규·이동경 등을 품었다. 올해 역시 고승범·정우영 등을 영입했다. 모기업의 아낌없는 지원, 울산이 K리그 최강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2023년 울산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날, 정기선 부회장은 팬들 앞에서 선언했다. “별이 10개가 될 때까지 함께하겠다”며 지속적으로 지원과 관심을 기울일 것을 약속한 바 있다.
KIA, 울산이 올 시즌 마주한 악재는 비슷했다. 바로 사령탑이 팀을 떠난 것. 선장을 잃은 위기 속에 KIA와 울산 각각 ‘초보 감독’, ‘비주류 감독’을 선임하며 파격적인 혁신을 꾀했다. 먼저 KIA는 올해 초 1980년대생 이범호 감독을 선임했다. 나이와 경력보단 ‘능력’을 중시한 것이다. 모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울산은 지난 7월 홍명보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김판곤 감독을 사령탑에 세웠다. 김 감독은 스스로를 ‘비주류 지도자’라고 칭한다. 홍콩과 말레이시아의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는 등 어렵게 지도자로서 면모를 세상에 알렸기 때문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으나, 김 감독은 보란 듯이 리그 3연패라는 역사를 썼다. 구단과 모기업의 눈이 맞은 것이다.
두 구단의 ‘승승장구’에는 모기업의 지원과 변화, 신뢰가 숨어있다. 이러한 행보는 모기업 경영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정 회장은 계속된 도전 끝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등 취임 후 4년간 현대차그룹 순이익 3배, 시가총액 2배 증가에 이바지했다. 정 부회장 역시 2021년 사장 취임 후 적자 상태였던 HD현대그룹을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로 변신시켰다. 2022년 사명을 ‘HD현대’로 과감하게 변경했고, 사옥을 경기도 판교 R&D센터로 이전하면서 변화의 의지를 다진 바 있다.
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모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조직 문화에 따라서 구단의 행보가 달라지기 때문에, 모기업이 구단에 끼치는 영향은 굉장히 크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 관심 속에 커가는 두 구단의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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