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알 수 없는 승부, 최종전까지 간다.
딩하오 9단(중국)은 21일 경기도 고양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당이페이 9단(중국)과의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제2국에서 187수 흑 시간승을 거뒀다. 이로써 3번기로 펼쳐지는 이번 결승은 1승1패 동률을 이뤘고, 22일 속행되는 최종 제3국에서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지난 1국에서 유리한 흐름을 잡았다가 느슨한 운영을 보이면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던 딩하오 9단은 이날도 변함없이 주도권을 쥐었다. 초반 하변 전투에서 웃은 결실이었다. 이후 꾸준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당이페이 9단은 1국의 기적 같은 뒤집기 재현을 꿈꿨다. 추격에 열을 올리며 딩하오 9단의 목덜미를 잡는 듯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내놓지 못하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결국 마지막 1분 초읽기를 1초 차이로 놓치면서 시간패로 엔딩이 장식됐다. 시간을 지켜 승부를 이어갔다 해도 사실상 승리는 물 건너간 대국이었을 정도로 완패를 당한 당이페이 9단이었다.
흑에서 나란히 1승씩 거둔 둘은 제3국에서 다시 돌을 가려 우승 트로피를 향한 마지막 싸움을 펼친다.
1패 후 승리로 대역전극 발판을 마련한 딩하오 9단은 승리 후 “지금까지의 바둑은 내용 면에서 다 마음에 들었다. 1국은 내가 바둑을 초조하게 두는 바람에 실수가 있었다”며 이날 대국을 복기했다.
지난해 LG배와 삼성화재배에서 모두 우승하며 중국 대표 기사로 우뚝 선 딩하오 9단은 이대로 삼성화재배 통산 5번째 2연패를 겨냥한다. 앞서 이창호 9단(3연패)과 조훈현 9단, 이세돌 9단, 커제 9단(중국)만이 빚어낸 대기록이다. 딩하오 9단이 자신의 3번째 메이저 트로피로 그 영광에 도전한다.
다가올 최종국의 키워드는 ‘체력’이다. 딩하오 9단은 “저와 당이페이 9단 모두 체력 소모가 꽤 있다. 누가 컨디션을 잘 조절하고,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부담을 조금 덜고 임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화재배는 긴 호흡을 가지는 타 대회와 달리 11일 만에 32강에서 결승까지 단숨에 치른다. 숨 가쁜 일정에서 쌓이는 피로도를 누가 이겨내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동률을 허용한 당이페이 9단은 “어제(1국)와 오늘(2국) 바둑에서 모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어제는 상대방의 실수로 이겼고, 오늘은 초반 포석부터 불리한 국면으로 끌려갔다”고 대국을 돌아봤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2017년 LG배 우승을 끝으로 메이저 우승이 없는 당이페이 9단이 7년 만에 잡은 기회이기 때문. 삼성화재배 결승 진출도 생애 처음이다. 그는 “숙소로 돌아가 내일의 바둑을 위한 포석을 준비하겠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이 후원하는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진다.
고양=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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