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네요.”
유일하게 빛난 한국의 ‘믿을맨’이 누구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 요르단 암만의 암만 국제스타디움에서 끝난 팔레스타인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6차전에서 손흥민(토트넘)의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지난 9월5일 맞대결 무승부(0-0)에 이어 재차 비긴 한국은 승점 14(4승 2무)로 선두를 지켰다. 1경기를 덜 치른 2위 요르단과의 승점 차는 6이다.
한국은 90분 내내 팔레스타인의 압박에 고전했다. 4연승을 달렸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무기력했다. 선제골까지 내줬다. 김민재의 백패스 미스가 치명적이었다. 조현우가 쉽게 처리하지 못하며 자이드 퀸바르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어수선했다. 이를 잡은 건 손흥민이었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16분 이명재가 이재성에게 가벼운 패스를 내줬고, 이재성은 이를 원터치 패스로 골대를 향해 뛰는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손흥민은 왼쪽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시원하게 갈랐다.
역시 에이스, 주장이었다. 만약 손흥민의 동점골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한국은 복구하기 어려운, 바스러진 정신으로 경기를 치를 위기였다. 최악의 실수를 한 김민재 역시 손흥민 덕에 그나마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득점한 이후에도 손흥민은 승리를 위해 쉬지 않고 뛰었다.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승리를 이끌진 못했다.
아쉬운 결과와 별개로 손흥민은 한국 축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이날 전까지 손흥민은 50골로 황선홍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과 함께 공동 2위였으나, 전반 만들어낸 동점골로 A매치 개인 통산 51호골(131경기)을 기록했다. 역대 한국 축구 최다 득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이 부문 1위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58골이다. 손흥민의 페이스라면 내년 중 기록 경신을 노려볼 수 있다.
또한 손흥민은 올 한 해 A매치(13경기)에서만 10골을 몰아쳤다. 개인 한 해 A매치 최다골이다. 종전 손흥민의 한 해 최다 득점은 2015년 기록한 9골이다. 더불어 9월 오만전부터 A매치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연거푸 대표팀을 위기 속에서 구해냈다.
사실 손흥민에게 올 한 해는 ‘다사다난’ 그 자체였다. 지난 1월 열린 아시아컵 4강에서 요르단을 만나 0-2 충격의 대패를 맛봤다. 더불어 4강전 전날 이강인(PSG)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렀다. 이강인의 사과를 손흥민이 받아들이면서 이른바 ‘탁구 게이트’ 사건은 일단락됐으나, 이후 꾸준히 언급되며 둘을 괴롭혔다.
손흥민을 향한 비난은 아니었으나, 팬들의 강한 ‘안티 콜’ 속에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홍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팬들의 분노는 9월 팔레스타인전과의 홈경기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야유가 쏟아졌다. 선수단도 자신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김민재(뮌헨)가 관중석으로 향해 야유를 멈춰달라고 부탁한 장면은 논란이 되고 말았다. 결국 수습한 건 주장 손흥민이었다.
더불어 9월 소속팀 경기를 소화하던 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10월 A매치에 함께하지 못했다. 빠르게 소속팀 경기에 복귀했으나, 다시 부상이 재발해 결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내우외환 속에서 어렵게 중심을 잡았다. 손흥민은 올해 마지막 A매치를 승리로 이끌지 못했으나, 그라운드 위에서 드러난 ‘주장, 에이스의 품격’은 내년을 기대케 만들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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