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초 좋았던 기세, 그래서 더 아쉽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우완 투수 임찬규가 16일 대만 타이베이의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3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내내 도미니카 타선의 맹공 속 1구 1구가 살얼음판을 오갔다. 69구 동안 5피안타 1피홈런 2볼넷 3탈삼진을 던진 가운데 4회 등판 도중 피홈런의 아쉬움도 남겼다. 긴 이닝을 끌어줘야 할 선발이 조기강판되면서 류중일호가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시작부터 쉽지 않은 승부였다. 1회초 선두타자 리카르도 세스페데스에게 내야안타를 내줬고, 후속 앨런 핸슨의 번트는 비디오 판독 끝에 안타로 정정되면서 무사 1, 2루 위기가 조성됐다. 투수 앞 땅볼로 병살을 노릴 법했지만, 임찬규의 2루 송구가 높게 들어가면서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데 그쳤다.
다행히 도미니카의 클린업 듀오를 연속 삼진 처리하면서 홈 베이스를 실점 없이 지켰다. 이때 안드레티 코데로를 커브로, 레이너 누네스는 허를 찌르는 직구로 잡아냈다.
위기는 계속됐다. 2회초 첫 타자 아리스멘디 알칸타라 상대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했고, 2루 도루도 내주고 말았다. 이후 루이스 미에세스, 프랭크 로드리게스의 2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에 놓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임찬규는 병살과 함께 외야 뜬공을 유도해 단 1점만 주는 등 실점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고전한 만큼 투구 수도 많았다. 아웃카운트 6개를 잡는 동안 무려 50개를 던졌다. 그중 2회 투구 수만 31개다.
이날 3번째로 마주한 이닝은 달랐다. 임찬규 특유의 당찬 피칭이 빛났다. 군더더기 없는 삼자범퇴로 3회 초를 마쳤다. 13구를 던져 타순 두 번째 바퀴에서 만난 핸슨을 삼진 처리했고, 이어 켈빈 구티에레즈, 코데로를 땅볼로 막아냈다. 마운드 위 분투에 비해 타선의 지원사격은 아쉬웠다. 도미니카 선발 투수 프랭클린 킬로메에 가로막혀 꽁꽁 묶였다. 경기 초반 3이닝 동안 대표팀 타자들의 출루가 한 차례도 없었을 정도다. 공격은 빨리 끝나고, 수비 시간은 길었다.
0-1로 끌려가던 4회초, 추가 실점이 나왔다. 임찬규는 선두타자 누네스에게 2루타를 내줬고, 곧바로 알칸타라 상대로 우월 2점포를 허용했다. 당초 ‘뒤 없는’ 벼랑 끝 승부다. 실낱같은 슈퍼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위해 총력전도 불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표팀은 3이닝 3실점 투구한 임찬규를 내리고, 두 번째 투수로 소형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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