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팀 스포츠라는 걸 느꼈다.”
‘구단 지원, 감독의 리더십, 선수단의 헌신’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춘 프로축구 울산HD가 리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새로운 왕조의 탄생이다.
울산HD는 지난 1일 강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파이널A 36라운드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 잔여 일정 결과와 상관없이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리그 3연패이자, 통산 5번째 금자탑. K리그에서 3연패를 달성한 사례는 울산 이전에 2번밖에 없었다. 울산은 성남FC의 전신인 일화 천마(1993~1995년·2001~2003년), 전북(2017~2021년)에 이어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울산은 올 시즌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2연패를 이끈 홍명보 감독을 포함해 주민규, 이청용, 조현우, 루빅손 등이 건재했다. 그러나 그 어느 스포츠에도 쉽게 이뤄지는 우승은 없다. 울산 역시 계속된 악재에 흔들렸다.
우선 사령탑이 갑자기 사라졌다. 홍명보 전 감독이 축구대표팀으로 떠났다. 위기였다. 이경수 수석코치 대행 체제로 들어갔지만, 흔들림이 역력했다. 홍 감독이 떠난 후 4경기에서 1승3패로 부진했다. 팀 순위도 4위까지 추락했다.
핵심 선수도 이탈했다. 설영우가 해외 진출로 팀을 떠났고, 이동경도 군 입대로 이탈했다. 악재를 풀어간 것은 구단이었다.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우선 빈 사령탑 자리에는 김판곤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영입했다. 이적 시장에서도 고승범 등을 영입하며 공백 최소화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울산 프론트의 결단과 눈이 맞았다.
지난 7월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한 공격 축구를 앞세웠고, 단숨에 성적까지 끌어올렸다. 빠르게 안정화된 울산에 김 감독의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실제로 그는 프론트 직원 외에도 구단 구성원 모두를 똑같이 인격적으로 대우했다는 후문이다. 이 모습은 선수단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감독이 모두에게 잘하니 선수단도 잘할 수밖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울산을 휘감은 것이다. 김 감독은 겸손했다. 그는 “특별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울산에 와보니 전임 (홍명보) 감독이 팀을 잘 만들어놨다. 선수들이 직업정신이나 팀정신이 흔들리는 모습이 없었고 안정돼 있었다. 손댈 부분이 많이 없었다”고 했다.
사령탑 데뷔 3개월 만의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김판곤 감독 역시 역사의 중심에 섰다. 1996년 선수로, 28년이 지난 2024년에는 사령탑으로 정상에 올랐다.
감독이 선수를 믿으니, 선수는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주민규가 대표적인 예다. 여름부터 흔들려 김 감독 부임 후 36라운드 동해안더비 전까지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김 감독은 굳걷한 신뢰를 드러냈다. 결국 주민규는 침묵을 깨고 막판 울산의 우승 확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민규는 “(부진했던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며 “축구가 팀 스포츠라는 걸 느낀 3개월이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의 말 속에서 울산의 진짜 힘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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